쌍둥이 임신 늘어나는데… ‘일란성’ 15%가 치명적 합병증

민태원 2024. 8. 6.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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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Q&A 궁금하다! 이 질병] 쌍태아 수혈증후군
원혜성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장
다태아 비중 5.8%… 30년새 5배
태반 공유 일란성 쌍둥이에 발병
방치하면 둘 다 숨질 확률 85%

내시경으로 엄마 뱃속서 치료 가능
산전 초음파가 조기 발견 열쇠
치료 중요성 감안 국가 지원 필요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원혜성 교수(왼쪽 첫 번째)를 비롯한 태아치료센터 의료진이 쌍태아 수혈증후군 임신부에게 태아 내시경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출산율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지만 쌍둥이 등 다태아 출생 비중은 오히려 높아지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출생아 가운데 다태아 비중은 2022년 기준 5.8%(1만5000여명)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00명 중 6명은 쌍둥이, 삼둥이로 태어난다는 얘기다. 다태아 비중은 1990년대 1%대와 비교해 30년 사이 5배나 뛰었다. 임신·출산 연령이 상승하고 다태아 확률이 높은 시험관 아기 등 난임 시술을 받는 부부가 많아진 영향이다. 문제는 다태 임신이 늘면서 그에 따른 합병증 발생도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장인 원혜성 산부인과 교수는 5일 “쌍태아 임신의 치명적 합병증인 쌍태아 수혈증후군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아이가 둘 다 죽을 확률이 85%가 넘고 임신부도 위험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행히 태아 내시경 기술이 발전해 생명이 위급한 쌍태아도 엄마 뱃속에서 조기 치료하면 안전하게 낳을 수 있다”고 했다.

아산병원은 최근 태아 내시경 치료 국내 최다인 300례 기록을 세웠다. 태아 내시경 치료 후 태아 생존율은 89% 이상으로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원 교수는 “초저출생 상황에서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한 태아 치료의 중요성과 가치를 인정해 국가의 대폭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원 교수와 일문일답.

-다태아 출산이 늘고 있는데.

“국가 통계를 보더라도 증가 추세다. 아산병원의 경우 1년에 2500여건의 분만이 이뤄지는데 300건이 쌍둥이 등 다태아로, 12% 안팎을 차지한다. 고령 임신의 증가와 보조생식술의 발전이 한몫한다. 40세 이상이거나 7회 이상 분만 경험이 있는 경우 다태 임신 빈도가 높다. 성선 자극 호르몬이 증가하면서 많은 수의 난자를 내보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체외수정 기술과 배란 자극 약물의 발전도 난자가 여러 개 생성되도록 유도한다.”

-쌍태아 수혈증후군은 뭔가.

“임신 중 태아나 양수를 싸고 있는 ‘융모막’이 1개인 일란성 쌍둥이에서 발생한다. 융모막은 발달하면서 속에 혈관이 나타나며 태반을 형성한다. 쌍태아 수혈증후군은 이처럼 공유하는 태반 내에 비정상적으로 연결된 혈관(한 쪽 태아의 동맥과 다른 태아의 정맥 문합)을 통해 혈액이 불균형적으로 공급되며 생긴다. 혈류를 주는 태아는 혈액이 부족해 양수 부족과 빈혈, 성장 저하 등을 겪고 혈액을 받는 태아는 심장 기능이 떨어지고(심부전) 복수·흉수가 찬다. 단일 융모막 일란성 쌍둥이의 10~15%에서 쌍태아 수혈증후군이 발생한다.”

-삼둥이, 사둥이도 겪을 수 있나.

“생길 수는 있지만 드물다. 아산병원에서 단일 융모막을 가진 삼둥이 5례를 태아 내시경 치료로 모두 살려낸 적 있다. 하나의 수정란이 둘로 나뉘어 각각 태아로 성장하는 일란성과 달리, 두 개의 난자가 각각 수정된 후 태아로 성장하는 이란성 쌍둥이는 태반을 공유하지 않아 쌍태아 수혈증후군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쌍태아 수혈증후군은 얼마나 위험한가.

“치료하지 않으면 태아가 둘 다 숨질 확률이 85% 이상이다. 단일 융모막 쌍태아는 공동 운명체다. 한 쪽이 죽으면 다른 쪽이 살 확률도 극히 낮다. 임신부도 태아 만큼은 아니지만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양수가 4ℓ넘게 차서 횡경막을 압박해 호흡 곤란이 오거나 자궁이 파열될 수도 있다.”

-조기 발견하려면.

“산전 초음파 검사가 아주 중요하다. 양수의 양이 불균형하게 나타난다. 통계적으로 국내에서 1년에 약 100건의 쌍태아 수혈증후군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연간 태아 내시경 수술은 20~30건 이뤄진다. 초음파 검사에서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뜻한다. 산과나 분만을 전공하지 않았거나 쌍태아 수혈증후군 진단 경험이 없는 산부인과 의사들은 초음파 검사에서 이상이 있더라도 단순히 ‘양수가 좀 많다’는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래서 의사 교육도 중요하다.”

-태아 내시경 치료는.

“태아 내시경 도입 전에는 양수 과다 증상을 보이는 태아 쪽의 양수를 반복적으로 제거해 임신부의 증상과 태아 상태를 일시적으로 호전시키고 조기 진통을 예방하는 정도에 그쳤다. 태아 내시경 수술은 태아 간 혈류 연결을 차단함으로써 두 태아 모두를 살리는 가장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치료다. 임신 16~25주에 가능하다.

2011년 서울대병원에 처음 도입돼 아산병원 등 소수의 의료기관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엄마의 배꼽을 통해 자궁 안에 태아 내시경을 삽입한 다음, 레이저로 양쪽 태아 간 연결 혈관에 흐르는 혈액을 응고시켜 혈류를 차단한다. 이어 늘어나 있는 양수를 빼내 압력을 낮추는 치료가 진행된다. 보통 1시간 내에 모든 치료가 끝난다.”

원 교수는 “태아 치료는 붙는 인력이 많고 부담이 엄청나지만 그간 턱없이 낮은 수가와 고위험성 때문에 전공의 등 의사들 기피 분야가 돼 왔다”면서 “최근 정부가 고위험 산모·신생아 치료의 가치를 인정해 가산 수가 400% 인상 등 일부 개선된 점은 큰 발걸음으로 생각된다. 저출산 시대에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리려는 분야에는 국가의 과감한 지원과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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