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는 물먹는 하마였다…기후해결사의 아이러니
기후변화 주범 지목 ‘인공지능의 두 얼굴’
■ 경제+
「 올해도 예상치 못한 이상기후가 일상 곳곳을 덮치고 있다. 기후변화가 심각하다는 건 이제 누구나 안다. 하나 가속도가 붙은 차를 멈추는 건, 쉽진 않은 일.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이 한창인 IT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막대한 전기를 잡아먹는 AI 모델은 일찌감치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들은 야심 차게 세워놨던 ‘2030 넷제로(net-zero·탄소중립)’ 계획에 대해 올해 연이어 백기를 들었다. 더 심각한 것은 물 소비다.우후죽순으로 AI 데이터센터를 짓다 보니 열을 식혀줄 물 소비량이 폭증했다.
」
탄소 발자국(개인·단체가 상품을 생산·소비할 때 만들어내는 온실가스 총량)에 이어 물 발자국까지 착착 찍어 나가는 AI.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인간만의 몫인가? 그런데 여기서 반전은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고 이상기후에 적응하는 데에 AI가 꼭 필요하다는 점. AI가 찍은 발자국, AI에게 ‘결자해지(結者解之)’를 바라는 모순된 상황. ‘전기·물 먹는 하마’ AI는 기후변화에서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오늘도 전기 먹고 탄소 뱉는 AI=AI는 전기를 먹고 자란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줄’(Joule)에 게재된 논평에 따르면 구글이 생성AI를 검색 엔진에 통합하게 되면 연간 약 29TWh(테라와트시·에너지 총량을 나타내는 단위)의 전력을 소비하게 된다. 아일랜드의 연간 전력 소비와 비슷한 수준. 빌 게이츠 MS 창업자는 지난 6월 미국 CBS 방송에 출연,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사업에 수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도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AI 시대에 더 많은 전기와 에너지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AI 유관 산업 연간 전력 사용량은 전 세계 전력 소비의 1~2% 정도. 특히 AI 훈련과 구동을 위해 연중무휴 돌아가야 하는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전문 매체 데이터센터다이나믹스(DCD)에 따르면 현재 데이터센터의 총 전력 사용량은 450TWh. AI 관련 사용량은 이 중 2~3% 정도인데, 내년에는 7%를 넘길 것으로 예측한다. 전체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도 2026년까지 최악의 경우 1000TWh 이상 증가할 거라는 전망. 인간이 매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약 370억t이다. 그중 ⅓ 정도 되는 130억t가량이 발전 부문에서 발생. 여기서 70% 이상은 발전 방식 중에서도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화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다. AI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유.
올해 잇따라 연례 환경 보고서를 낸 MS와 구글. 당초 두 빅테크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 심지어 MS는 2020년 탄소중립을 넘어 순배출 ‘마이너스’를 이루겠다는 ‘문샷(Moonshot) 프로젝트’까지 시작했다. 하나, AI 기술 경쟁 앞에 이들의 호언장담은 무색해졌다. 각 사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의 지난해 탄소 배출량은 전년보다 13% 늘어난 1430만t. 구글은 “데이터센터 에너지 소비 등에서 배출량이 증가한 탓”이라고 밝혔다. MS 역시 지난해 탄소 배출량(약 1535t)이 3년 전보다 30% 늘었다.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면에서 달은 2020년보다 5배 더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문샷 프로젝트를 ‘달’에 비유해 그만큼 목표 달성이 힘들어졌다고 이야기한 것.
◆목 마른 AI가 물 발자국 찍는다=데이터센터 확장 붐은 열을 식힐 물 소비량 급증을 불렀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서버와 컴퓨팅 장비들이 생성하는 열을 냉각하는 데 막대한 양의 물을 쓴다. 미 리버사이드대 논문에 따르면 오픈AI의 GPT-3를 훈련하는 데 약 540만L의 물이 들어간다. GPT-3가 하는 응답 10~50개마다 500ml의 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고. MS는 올해 환경 보고서에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6100만㎥의 물을 사용했다”며 “2만4000개의 올림픽 규격 수영장을 채울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AI 수요가 2027년까지 물 취수량을 42억~66억㎥ 늘릴 것으로 예측. 이는 영국이 매년 소비하는 수자원량의 절반에 해당한다.
이상기후로 가뭄·홍수 등으로 수년째 전 세계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와중에 물을 펑펑 쓰는 AI 데이터센터는 지역 주민들과 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2021년 구글은 우루과이 남부 카넬로시스에 29만㎡에 달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부지를 매입했다. 문제는 지난해 우루과이에 역대급 가뭄이 찾아온 것. 당시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저수지가 마르자 담수에 염분 농도가 높은 강 하구 지역 물을 섞어 각 가정에 공급했다. 상황이 이런데 구글 데이터센터가 하루에 쓸 물의 양이 ‘5만5000명이 하루 동안 사용할 물의 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결국 구글은 당초 계획보다 데이터센터 규모를 축소했다.
◆AI는 지금 결자해지 중=AI가 지구 곳곳에 찍은 탄소·물 발자국들. 이를 닦아내려는 기술 또한 존재한다. 그런데, 그게 어떤 기술인가 보면 또 AI다.
최근 AI 업계 트렌드는 단연 경량화. 특정 서비스에 최적화한 소형 AI로 전력 소비는 낮추고, 효율성은 높인다. 대기업, 스타트업할 것 없이 수많은 테크 기업이 스마트폰·스마트워치 등 기기 내에서 네트워크 연결 없이 AI를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다. 중앙(클라우드)에서 큰 AI 모델을 구동하는 게 아닌, 시스템 제일 끝단에서 AI를 실행한다는 의미로 에지(edge) AI라고도 불린다. MS는 지난 4월 소형 언어모델 제품군인 ‘파이(Phi)-3’를 발표했다.
탄소 발자국이든, 물 발자국이든 지우려면 일단 얼마나 찍혀 있는지 봐야 한다. 재무회계로 돈의 흐름을 관리하듯 탄소를 관리하는 탄소회계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다. BCG(보스턴컨설팅그룹)와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가 공동 개발한 플랫폼 ‘CO2 AI’는 제품의 생산·물류·유통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AI로 측정해 기업에 데이터로 제공한다. 비슷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미국의 또 다른 탄소회계 스타트업 ‘페르세포니’는 이미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기후변화를 연구해 대응 방안 등을 모색하는 기후과학계에서도 연구에 AI를 도입하고 있다. 기후학자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한 수많은 기후 시나리오를 계산해야 한다.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지구상 모든 유체(공기, 물 등 형태를 갖춘 것)들의 온도·질량·움직임을 동시에 파악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계산 데이터들이 워낙 크고 무겁다 보니 학자는 전력 소비량이 매우 큰 수퍼컴퓨터를 사용한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탄소 배출이 발생한다는 아이러니다. 게다가 정확한 예측을 위해 시공간을 더 잘개 쪼개 계산할수록 계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글로벌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김형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아직 AI를 적극적으로 쓰고 있진 않지만, 계산 과정에 AI를 도입해 좀 더 세밀한 계산 영역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면 전력량을 효율적으로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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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10개당 물 500㎖ 벌컥…챗GPT, 기후 해결사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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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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