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색하고, 입 다물라" 명문대 마약 동아리, 증거인멸 '열공'했다

이영근 2024. 8. 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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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팀전’이란 말이야. 나만 입 다물면 안 돼. 우리 다 같이 다물어야 돼. " 이른바 SKY 명문대생을 포함한 대학생 ‘마약 동아리’의 한 임원은 공범과 검찰 조사를 받기 직전 이같이 말맞추기 대화를 나눴다. 주범인 동아리 회장 A(30대)씨뿐만 아니라 피의자 대부분이 검찰 소환 당시 모발 탈·염색까지 마친 상태였다. 시일도 많은 흐른 상태라 마약 검사로는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휴대전화 용량을 일부러 꽉 채운 뒤 저장 자료를 삭제하는 등 증거 인멸도 끝난 상태였다.

그러나 이들의 범행은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 수사팀의 집요한 추적에 덜미를 잡혔다. 수사 검사는 피의자 14명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뒤 마약을 사고판 가상자산 거래 내역 등을 교차 대조해 조각난 증거를 꿰맞췄다고 한다. 검찰은 또 마약에 취해 누워 있는 다른 회원을 바라보면서 “(마)약 앞에서는 장사 없다”라고 말한 영상 등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황이나 진술만으로는 기소하더라도 공소유지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객관적 물증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연합동아리 마약 사건 관련 증거 사진. 서울남부지검 제공

이들은 검찰 수사망이 좁혀 오자 마약 수사 대비 방법을 알려주는 한 텔레그램 채널에 가입해 증거 인멸과 수사 회피 기법을 배워 활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9000명 규모의 해당 채널에는 휴대전화 저장자료 영구 삭제 방법 등 포렌식 대비, 모발 탈·염색, 사설 기관 모발검사, 피의자신문조사 모의 답변 등을 공유하고 있었다. 회원들과 마약 관련 대화를 나눌 때도 영문 첫자 약어를 사용하거나 텔레그램 대화방을 이용했다.

이에 검찰은 대검과의 공조로 인터넷 마약류 범죄 모니터링 시스템(E-drug)을 이용해 마약 수사 대비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도 추적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 투약이 증가함에 따라 수사를 회피하는 방법도 광범위하게 전파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피의자들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학생들이어서 (검찰은) 이런 상황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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