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가라" 주민 난색…지하주차장 화재에 전기차 눈칫밥
지난달 29일 서울시 영등포구 한 아파트에 “전기차 지상 충전소를 이용해달라”는 안내문이 걸렸다. 이 아파트엔 전기차 충전소가 13기(지상 7기, 지하 6기)가 설치돼 있지만 관리사무소는 되도록 지하를 피해달라고 입주민들에게 요청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지하 전기차 충전소에서 불이 나면 진화가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전기차 지하 주차를 두고 주민들이 난색을 표하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특히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차량 72대가 전소하고 주민 400명이 임시 대피소에 머물게 되면서 다른 아파트에서도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기차 화재 위험을 두고 차량 소유주와 그외 입주민의 입장차는 크다. 인천 서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만난 이정수씨(38)는 “전기차를 보면 ‘불이 나면 어떡하지’하고 걱정부터 된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김모(40대)씨는 “(전기차) 충전소는 물론 전기차 근처엔 절대 주차하지 않는다”며 “전기차가 아예 지하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지난해 4월 전기차를 구매한 이모(28)씨는 “정부에서 전기차 충전소를 많이 만든다고 하고 대기오염도 걱정돼 2년 동안 열심히 저축해 전기차를 샀다”며 “이웃 눈치가 보여 죄지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화재사고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소방청은 전기차 화재가 지난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으로 매년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에 주차·충전 중 불이 난 건수는 모두 62건이다.
현행 친환경자동차법은 100세대 이상인 아파트 및 공동주택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22년 1월 27일 이후 건축 허가를 받은 시설의 경우 전체 주차면의 5% 이상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전기차 화재에 대비한 소화 시설은 미흡한 상황이다. 공동주택 전기차 충전 구역과 관련된 소방 안전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인천 아파트 화재도 방화벽 등 안전 설비가 없어 피해가 컸다고 한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 전지는 불이 나면 일반 소화기나 물로는 쉽게 꺼지지 않고, 유독가스가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충전 시설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안전 설비 확충 속도가 뒤처졌다고 지적한다.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차 충전시설과 관련해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며 “방화구획 등 초기에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안전설비가 충전시설보다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일 인천 전기차 화재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오는 8일 예정됐던 합동 감식을 이날 오전 앞당겨 실시했다. 합동 감식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 인천소방본부 화재조사팀 등 관련 기관 관계자 20여명이 투입됐다.
박종서 기자 park.jongsu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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