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픽' 김상훈, 든든한 수비형 미드필더…이준석도 "놀랐다" [who&why]
“돌이켜보면 당 위기 상황이나 꽉 막힌 정국에서 그의 내공이 발휘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이 정도면 ‘어당칠’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다.”
5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당 정책위의장으로 추인된 김상훈 의원에 대한 동료 의원의 평가다.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별명인 ‘어당팔’(어수룩해 보여도 당수가 8단)에 빗대 김 의원을 어당칠이라고 칭한 것이다. 그만큼 김 의원은 산전수전 다 겪으며 내공을 쌓아온 여당 중진으로 통한다.
김 의원은 대구 서구에서 내리 4선을 지냈다. 행정 관료(행시 33회) 출신으로 당 정책위 수석부의장,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맡는 등 정책통으로 불린다. 하지만 중앙정치 무대에서는 딱히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김 의원 자신도 5일 중앙일보에 “이건 돌려 말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봐도 정말 인지도가 없긴 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전임 정책위의장인 정점식 의원의 거취를 둘러싼 내부 잡음이 커지던 와중에 김 의원이 후임자로 거론되자 당에선 우려가 흘러나왔다. 추경호(대구 달성) 원내대표, 서범수(울산 울주) 사무총장에 이어 정책위의장까지 김 의원이 맡으면 “당 3역이 모두 영남 일색”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내대표가 3선인데 4선인 김 의원이 정책위의장을 맡는 건 모양새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동훈 대표가 김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최종 낙점하자 당내에서는 “의외” “파격”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지역 배분 관례를 뛰어넘고 선수(選數) 역전마저 감수하며 김 의원이 한동훈 체제의 마지막 핵심 퍼즐인 정책위의장에 파격 발탁된 이유는 뭘까.
중진 의원은 “김 의원이 그동안 당에서 맡은 역할을 찬찬히 되돌아보면 답이 나온다”며 “대중의 박수를 받는, 돋보이는 위치는 아니어도 언제나 묵묵히 당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대선에서 김 의원은 선거대책위원회 직능총괄본부장을 맡았다. 당시 선대위에서 일했던 당 관계자는 “온갖 분야의 사람을 상대하고, 폭주하는 민원도 적절히 대처해야 해 김 의원 몸이 두 개인가 싶었다”며 “하지만 고생에 비해 외부에 티가 많이 나진 않는 자리였다”고 귀띔했다.
그가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맡았던 경선준비위원장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서울시장 경선엔 오세훈 서울시장과 나경원 의원이 출마했고, 경선 뒤엔 국민의당을 이끌던 안철수 의원과의 야권 후보 단일화도 진행될 가능성이 커 당내에선 “대선에 버금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선거가 끝난 뒤 스포트라이트는 당선자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의 몫이었지만 잡음이 나지 않게 관리한 김 의원에 대한 당내 평판은 한층 좋아졌다.
김 의원은 2022년 당원권 정지를 받아 사실상 당직이 박탈된 이준석 전 대표가 물러난 뒤 당이 혼란에 휩싸였을 때는 ‘정진석 비대위’의 비대위원으로 등판했고,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곤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는 국회 정개특위 여당 간사를 맡았다. 당 관계자는 “김 의원은 축구로 치면 화려한 골잡이가 아닌 뒤를 든든하게 받치는 수비형 미드필더”라며 “한 대표 체제에서 각종 정책을 발굴하고, 당정 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김 의원의 장점이 십분 발휘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업무 추진력을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준석 당시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가 공직후보자 역량강화 시험(PPAT)을 추진했을 당시 김 의원은 9개월여 추진위원장을 맡았었다. 이준석 의원은 “당시 (선출직에 시험을 도입하는 데 대한) 당내 반발이 작지 않았는데, 김 의원이 저보다 더 열심히 의원들을 설득해 PPAT를 추진했다”며 “솔직히 놀랐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의 옅은 계파색도 정책위의장 낙점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본다. 그간 당내엔 정책위의장이 당정 협의를 조율하는 등 대통령실과 소통하는 자리인 만큼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 않은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 의원은 5일 “제 정치 역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비주류 인생’”이라며 “저는 친한계도, 그렇다고 친윤계도 아니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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