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리들의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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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에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선수단의 선전 소식이 줄을 잇는 요즘이다.
건각(健脚)의 인생 여정을 보여준 영국 육상선수 에릭 리들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정확히 100년 전인 1924년 역시 파리에서 열린 하계 올림픽에서 리들은 남자 육상 400m와 200m 종목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영국에 안겼다.
리들은 쏟아지는 비난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자신의 주 종목이 아닌 200m와 400m를 열심히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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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에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선수단의 선전 소식이 줄을 잇는 요즘이다. 건각(健脚)의 인생 여정을 보여준 영국 육상선수 에릭 리들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정확히 100년 전인 1924년 역시 파리에서 열린 하계 올림픽에서 리들은 남자 육상 400m와 200m 종목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영국에 안겼다. 하지만 우리가 리들을 기억하는 더 큰 이유는 그가 달리지 않은 100m 경주 때문이다.
영화 ‘불의 전차’로 잘 알려졌듯이 리들은 중국 톈진에서 선교사 부모에게 태어났다. 아버지의 고향 스코틀랜드에서 대학을 다닐 때 육상과 럭비 선수로 스타덤에 올랐다. 올림픽이 열리기 한 해 전인 1923년 그는 당시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던 아마추어육상협회(AAA) 대회에서 100야드 종목 신기록을 세우며 올림픽 육상 100m의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주목받는다.
이런 그가 1924 파리올림픽 남자 100m 경기 예선전이 주일에 열린다고 발표되자 이 종목 출전 불가를 천명한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출 20:8)는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 주일에는 시합에 나갈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아니나 다를까, 영국 스포츠계는 발칵 뒤집혔다. 리들은 쏟아지는 비난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자신의 주 종목이 아닌 200m와 400m를 열심히 준비한다. 이후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이들 종목에서 수상의 영광을 차지한다.
그동안의 모든 비난은 찬사로 바뀌었다. 리들은 장차 영국 육상계의 기대주가 되는 듯했으나 이도 잠시였다. 그는 모든 기대를 등지고 대학 졸업 이듬해 런던선교회 소속 선교사가 돼 자신의 부모처럼 중국 선교에 헌신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에 의해 웨이셴 수용소에 억류돼 병으로 사망하기까지 혼신을 다해 예수의 이름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했다. 종전을 불과 몇 개월 앞둔 1945년 2월 그는 4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리들은 그야말로 ‘믿음의 경주자’였다. 경주자로서 그는 100m·200m·400m 트랙을 달렸다. 그러고는 중국으로 가 그 땅을 달렸다. “하나님은 중국을 위해 나를 지으셨습니다.” 리들이 중국으로 떠나며 남긴 말이다. 선교사 자녀로 자란 그에게 선교지 중국은 올림픽 스타디움보다 더 크고 가슴 뛰는 경기장이었다. 선교라는 경주에 선발된 선수였던 그는 숨이 다하기까지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이런 믿음의 경주자는 어떻게 훈련했을까. 리들은 이에 ‘내어 드림(surrender)’이라고 답했다. 그는 선교지에서 발행한 ‘크리스천 제자 교범’에서 “매 순간을 하나님께 내어드리는 훈련으로 ‘순종’을 익혔고 순종할 때 비로소 하나님을 친밀히 알게 되며(요 7:17) 바로 그런 자가 ‘제자’”라고 정의했다.
리들은 이 가르침대로 살았다. 그가 달리지 않은 100m 경주는 그야말로 ‘내어 드림’의 극단적 실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시작된 실천은 200m와 400m로 지경을 넓혔다. 또 순종의 근육을 갖춘 믿음의 경주자로 성장해 광활한 중국을 달렸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 수많은 시간을 훈련으로 준비해 온 대한민국 선수단의 수고에 큰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선수들의 인내와 노력, 훈련이 모두에게 귀감이 돼 이를 응원하는 우리도 내어 드림의 훈련과 순종의 근육으로 다져지길 바란다. 앞서가신 예수를 따라 우리 앞에 놓인 믿음의 경주를 힘 있게 달려가길 소망한다.
박성현(미국 고든콘웰신학대학원 구약학 교수·수석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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