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동아리서 마약 파티… 카이스트 대학원생이 ‘업자’ 노릇

회원 300명 연합모임서 14명 검거
회장·임원이 구매해 회원에 되팔아
대마·신종마약 1200만원어치 매매

대학생 연합동아리로 모인 피의자들이 마약을 투약한 모습.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제공

수백명 규모의 연합동아리를 결성해 마약을 유통·투약한 대학생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동아리에 가입하면 고급호텔과 최고급식당 등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학생들을 유인했다. 서울대 고려대 등 명문대생들도 마약 유통 등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는데, 대학가에 마약이 광범위하게 퍼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남수연)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대마) 등 혐의로 대학생 연합동아리 회장 30대 A씨와 동아리 임원 등 20대 회원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나머지 회원 2명은 불구속 기소했고, 단순히 마약만 투약한 대학생 8명은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됐다.

검찰에 따르면 연세대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A씨는 2021년 친목 목적으로 수도권 대학생 연합동아리를 만들었다. A씨 등은 동아리 회원이 되면 파인다이닝 등을 싸게 이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SNS에 홍보했다. 이 동아리는 금세 회원 수 300명, 전국 2위 규모로 성장했다.

동아리 회원이었던 대학생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동아리에 외모가 출중한 회원이 많았다. 여러 브랜드에서 협업 제안도 많이 들어왔다”며 “파티 라운지나 클럽에서 협찬을 받아 놀기도 했다”고 말했다.

친목 도모용 동아리는 2022년 11월 A씨가 마약을 처음 접하면서 마약 유통 채널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호기심에 마약을 투약한 A씨는 회원들에게도 마약을 권하면서 점차 ‘마약업자’가 됐다. 그는 텔레그램을 통해 만난 마약 딜러에게 가상화폐로 마약 대금을 지불했다. 동아리 임원이던 20대 대학원 B씨와 C씨는 매수자금을 분담해 마약을 구매했다. 1회분을 평균 10만원에 사서 회원들에게 15만~20만원에 되팔았다. 지난해에만 A씨 일당이 매매한 마약 금액만 최소 1200만원 상당이다.

A씨는 대마를 시작으로 신종 마약까지 회원들에게 제공했다. 마약의 강도를 단계적으로 높여 중독시키는 방식을 썼다. 이들은 호텔과 놀이공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마약을 투약했다. A씨는 남성 회원들과 유흥업소 여종업원을 고급호텔 스위트룸으로 초대해 함께 마약을 투약하기도 했다.

A씨에겐 특수상해와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 무고 혐의도 적용됐다. A씨는 지난해 4월 동아리에서 교제한 24세 대학생 여성을 와인병을 이용해 수차례 때리고 성관계 촬영 영상으로 협박했다. 그는 또 지난해 4월 마약 매수대금을 전송한 가상화폐 세탁업자가 자신의 마약 매매 사실을 신고하려 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사업자금을 갚지 않는다는 식으로 무고하기도 했다.

재판에 넘겨진 대학생 가운데는 로스쿨 진학을 위해 법학적성시험(LEET)에 응시하거나 의대·약대 입학을 준비 중인 학생도 있었다. 검찰은 해당 동아리 내에서 마약 유통 및 투약이 추가로 이뤄진 사례는 없는지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김승연 한웅희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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