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다시 돌아온 중앙은행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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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금리 인하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난주 미 연준은 8회 연속 금리를 동결하며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현 금리 수준을 유지했지만 다음번 9월 회의에서는 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내외 금리 차보다 국내 금리의 수준과 정책 방향에 영향을 받기에 연준의 정책 결정과 무관하게 금리정책 결정 시 항상 고려해야 하는 요인이지만 이를 위한 주된 정책은 따로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시장이 금리 인하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도 금리 인하가 부채를 활용한 주택 구입이나 투기 수요를 부추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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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금리 인하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난주 미 연준은 8회 연속 금리를 동결하며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현 금리 수준을 유지했지만 다음번 9월 회의에서는 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책 초점이 물가에서 고용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언급을 시장에서는 9월 금리 인하 입장을 분명하게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적어도 연내 2회 금리 인하를 확신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이후 찾아온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전 세계가 금리 인상 사이클에 들어선 지 3년여 만에 방향을 선회하게 되는 것이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사는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은이 내수 부진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선뜻 내리지 못했던 것은 가계부채 문제와 부동산시장 불안, 그리고 외환시장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한은은 금리 인하의 가장 큰 걸림돌을 치울 수 있게 됐다. 미국의 금리정책 방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금리를 인하한다면 내외 금리 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원화 약세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미국이 9월부터 금리 인하에 들어서면 우리보다 속도가 빠르고 폭도 클 가능성이 높아 내외 금리 차가 점차 축소되면서 한은의 외환시장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게 될 것이다.
반면 가계부채나 부동산시장은 다소 성격이 다르다. 내외 금리 차보다 국내 금리의 수준과 정책 방향에 영향을 받기에 연준의 정책 결정과 무관하게 금리정책 결정 시 항상 고려해야 하는 요인이지만 이를 위한 주된 정책은 따로 있다는 점이다. 가계부채 규모는 경제 규모 증대와 더불어 증가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가계부채는 얼마나 늘어났느냐보다는 지속 가능한 수준에서 통제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가계부채가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증가하고 있다면 이는 오히려 내수 활성화 등을 통해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차주의 대출기간 중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가능성 등을 고려해 대출금을 산출하는 원리금상환비율규제(스트레스 DSR)를 필두로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정책이 금리정책보다 앞서야 하는 이유다. 부동산시장이 금리 인하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도 금리 인하가 부채를 활용한 주택 구입이나 투기 수요를 부추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 구입 심리 안정과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해서는 고금리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스트레스 DSR 등 거시건전성 규제를 일관되게 적용하고 주택공급 정책을 적절히 병행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정부가 주택정책을 경기조절 수단으로 여기거나 금융시장에 직접 개입하고픈 유혹을 떨치는 것도 금리정책만큼이나 중요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은이 금융정책 당국 등과의 정책 공조를 바탕으로 조만간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이제는 가계나 기업이 금리 인하에 대응해 나가야 할 때다. 글로벌 공급망 분절화, 자국우선주의,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과거의 금리 수준으로 회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직도 과거 초저금리시대의 부채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향후 금리 하락에 따른 자금 여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 당국은 경제주체들의 기대를 적절히 관리하면서 안정성장을 위한 최적의 금리 경로를 끈질기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자칫 의욕이 앞서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과도할 경우 다시 물가가 상승하고 경제 불확실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중앙은행의 시간이 돌아왔다. 인플레이션 심리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내수 회복을 이끌기 위한 더없이 어려운 결정의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숱한 위기 속에서 축적된 한은의 경험과 역량을 믿어본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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