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짜뉴스가 초래한 英 폭동 사태, 남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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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1주일 넘게 이어진 극우집단의 폭동은 가짜뉴스의 휘발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렇다는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은, 밑도 끝도 없이 "이슬람 이민자가 죽였다"고 주장한 익명의 글이 폭동 사태로 이어진 과정은 가짜뉴스 유통의 생리를 말해준다.
가짜뉴스 '스피커'가 정치권 밖의 인사들이던 영국의 폭동은 거리의 소요 사태에 머물렀지만, 그 유통 과정에 정치가 개입한 미국과 브라질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위기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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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1주일 넘게 이어진 극우집단의 폭동은 가짜뉴스의 휘발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달 29일 어린이 댄스교실에 괴한이 침입해 세 명을 살해하자 몇 시간 만에 “이슬람 이민자 소행”이란 출처 불명 정보가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범인의 이름과 범행 당시 외쳤다는 이슬람 구호 등을 적시한 이 글은 온통 허위였는데, 극우 인플루언서들이 SNS에서 퍼 날랐고 추종하는 이들은 여과 없이 사실로 받아들였다. 이에 영국수호리그(EDL) 같은 극우단체가 시위의 판을 깔면서 도시마다 폭동이 확산됐다.
그렇다는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은, 밑도 끝도 없이 “이슬람 이민자가 죽였다”고 주장한 익명의 글이 폭동 사태로 이어진 과정은 가짜뉴스 유통의 생리를 말해준다. 폭동 가담자들은 그것이 사실처럼 그럴싸한 정보여서 믿은 게 아니라 믿고 싶은 정보여서 믿은 것이다. 이슬람과 이민자를 적으로 규정한 극단주의자들에게 이슬람 이민자를 범인으로 지목한 글은 자신들의 적대감을 정당화할 ‘유용한’ 정보였다. 그래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 들지 않았고, 영국 정부가 범인 신원을 공개하며 밝힌 진실을 도리어 믿으려 들지 않았다.
확증편향에 빠진 집단에서 거짓이 진실을 압도할 때 벌어지는 현상을 우리는 여러 차례 목격했다. 미국 극우집단은 지난 대선이 조작됐다는 가짜뉴스에 의회를 점거했고, 브라질 극우세력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퍼뜨린 선거 부정 주장에 대통령궁으로 쳐들어갔다. 가짜뉴스 ‘스피커’가 정치권 밖의 인사들이던 영국의 폭동은 거리의 소요 사태에 머물렀지만, 그 유통 과정에 정치가 개입한 미국과 브라질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위기로 이어졌다.
가짜뉴스와 극단주의와 왜곡된 정치. 이 셋의 조합이 초래하는 위험에서 한국도 결코 자유롭지 않다.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SNS 생태계가 활성화했고, 확증편향의 정치 팬덤이 갈수록 세를 불리고 있다. 그들이 환호하는 가짜뉴스를 국회의원이 버젓이 재생산하는 상황도 여러 차례 벌어졌다. 지금처럼 정치가 계속 양극화로 치닫는다면 외신에서 접하는 ‘가짜뉴스 폭동’이 우리 문제로 닥쳐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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