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겨울의 행복한 북카페] 종이와 화면 사이
맞춤형 선진 교육일까, 집중력 확보에 실패하는 무모한 시도일까. 교육부는 내년 1학기부터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를 4개 학년의 3개 교과에 도입하고, 2028년까지 디지털 교과서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반응은 부정적이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유보 청원에 5만 명이 넘게 서명했고, 맘 카페에 올라오는 글과 댓글마다 아이들의 집중력과 문해력, 시력을 걱정하는 목소리다. 이미 스웨덴과 핀란드 등에서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했다가 축소 및 철회를 했던 선례도 근거가 된다.
‘인공지능’과 ‘디지털’이 학생의 학습을 도울 수 있을까. 디지털 교과서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각 학생에게 맞춤형으로, 더 흥미로운 학습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에 더 빨리 적응하는 인재를 배출하리라는 기대도 읽힌다. 하지만 먼저 질문해보아야 한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과서의 내용을 머릿속에 집어넣게 하는 것? 인공지능 시대란 무엇인가. 생성형 인공지능이 내 일을 대신해주는 것?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2024)에서 응용언어학자 김성우는 이렇게 말한다. “화려한 기술이 면대면 수업보다 본질적으로 더 우월한 방법이라고 단정하면 교육적 상호작용의 다면성을 간과하고, 여러 사람이 한 공간 안에 존재하며 서로의 말과 표정·몸짓에 집중하는 일의 힘과 역동성 그리고 아름다움을 망각하게 됩니다.” 학생들이 학교에 모여 공부를 하는 일에는 얼굴을 마주 보는 일, 몸을 부딪치는 일이 포함되며, 학습하는 내용이 결국 우리가 사는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서로의 실체를 느끼는 일은 중요하다. 학습 현장은 ‘나와 교과서’가 아니라, ‘나와 선생님을 비롯한 공동체 전체’가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도록 돕는 현장이다.
이는 곧 리터러시 교육이기도 하다. 디지털 교과서가 이 목표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거친 결과물일지 궁금해진다. 교실에서 쏟아져 나올 패드 고장과 충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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