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영의 마켓 나우] 국민 노후준비 돕는 길은 세제혜택 확대
역사적 사건은 종종 세금과 연루됐다. 영국 작가 도미닉 프리스비의 『세금의 세계사』에 따르면 마리아와 요셉은 베들레헴에 세금 신고하러 갔다가 예수를 낳았다. 세금이 없었다면 인간의 달착륙은 없었다. 여성의 참정권 쟁취는 전쟁으로 인한 공장 투입과 소득세 납부의 산물이었다.
국가에 세금은 국민의 행동·결정을 통제·유도하는 수단이다. 인간의 ‘미래 감각’ 부족도 국가가 세금을 잘 활용해야 하는 중대 배경이다.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사람은 경험하지 못한 미래 사건의 가치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노년기 빈곤의 심각성을 경험하기 전에는 절실하게 느끼지 못한다. 젊었을 때는 노년 대비 저축보다 눈앞 소비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스스로 알아서 노후 대비를 잘하는 사람은 적다.
오늘날 복지 국가들은 국민의 노후 빈곤 대책으로 연금제도를 운용하고 관련 세제 혜택도 제공한다. 노후 빈곤에 빠진 국민의 삶을 보장하려면 막대한 세금을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세법 개정안’에서 연금 관련 내용은 딱 1개다. 기초연금 수급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부동산을 양도해 1억원 한도에서 연금계좌에 납입하면 10%를 세액공제 해주는 과세특례의 신설이다. 부동산 연금화로 노후 생활 안정을 지원한다는 의도이다. 시의적절하지만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이미 비슷한 목적의 과세특례 제도가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바로 주택 다운사이징 자금을 연금계좌에 추가 납입할 수 있는 제도다. 작년부터 고령 가구가 보유 주택을 팔고 종전 주택보다 낮은 가격의 주택을 취득한 경우, 그 차액을 연금저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에 추가로 납입할 수 있다. 부부 중 1명이 60세 이상이고 부부 합산 1주택자가 대상이다. 또 종전 주택의 기준시가가 12억원 이하여야 한다. 이 조건에 부합하면 종전 주택 양도가액에서 신규 주택을 취득한 가액을 차감한 금액을 최대 1억원까지 연금저축과 IRP 계좌에 납입할 수 있다. 이 역시 부동산으로 쏠려 있는 노령 가구의 자산을 노후 생활을 위한 연금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하는 게 목적이지만, 납입할 수 있는 금액이 1억원에 불과해 실효성이 높지 않아 이용자가 거의 없다.
동아대학교 김대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퇴직연금 세제는 가입 단계에서 지원이 미미하고 수령 단계에서는 일시금과 연금 수령의 차이가 크지 않으며, 지나치게 복잡한 세제 체계를 어렵게 이해해야 비로소 합리적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세제 혜택 제도가 존재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민의 부동산 자산 연금화가 정책적 목표라면, 보다 적극적인 세제 혜택이 시급하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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