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튼 엔화, 日증시 초토화 “우에다 탓·자민당 탓”

김철오 2024. 8. 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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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지수 12.4% 폭락, 엔화 3.3% 급등
산케이 “추가 금리인상 시사 우에다 쇼크”
“자민당 총재 잠룡들도 엔화 강세 부추겨”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달 31일 도쿄 본관에서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 증권시장의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12.4%나 폭락한 5일, 엔화는 3%대로 강하게 상승했다. 1달러당 160엔을 웃돌았던 ‘슈퍼 엔저’에서 방향을 틀어 7개월 만에 가치를 가장 높였다.

미국 블룸버그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이날 오후 한때 달러당 141.7엔에 거래됐다. 지난 1월 첫째 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달러·엔 환율 하락은 엔화 가치 상승을 뜻한다. 엔화의 이날 최대 상승률은 3.3% 수준으로 나타났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오후 5시30분(한국시간) 기준 달러당 142엔대, 엔·원 환율은 100엔당 950원대를 가리켰다.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은 엔화 강세를 불러온 원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달 31일 도쿄 본관에서 단기금리를 기존 0~0.1%에서 0.25% 수준으로 인상한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경제·물가 전망치가 실현되면 정책금리를 계속 올려 금융완화 수준을 조정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의 단기금리가 장기간 0.5% 수준을 넘지 못해 이번에도 한계로 인식될 가능성에 대해 우에다 총재는 “특별히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금리를 0.5% 위로 올릴 여지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에다 총재는 ‘엔저가 금리 인상의 최대 변수였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지만, 엔화 약세를 물가 상승의 위험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일본에서 엔화 가치 하락은 수입품 가격을 높여 생활 물가를 끌어올리는 원인으로 평가된다.

우에다 총재의 발언은 지난달 한때 달러당 160엔대를 웃돌았고, 엔당 850원대까지 떨어졌던 ‘슈퍼 엔저’의 방향을 바꿨다. 미국의 고용시장 냉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 이에 따른 뉴욕증시 약세,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 오는 11월 미 대선에 도전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약달러 정책 기조,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전쟁 위기 고조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엔화 강세를 이끌었다.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화 시세가 5일(현지시간) 도쿄의 한 거래소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엔화 가치 상승은 일본 증시를 초토화했다. 닛케이지수는 이날 12.40%(4451.28포인트) 급락한 3만1458.42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3만1156.12까지 밀려 낙폭을 13% 넘게 확대했다. 닛케이지수의 이날 하락분은 1987년 10월 20일 ‘블랙 먼데이’의 3836포인트를 능가했고, 하락률은 ‘블랙 먼데이’ 당시 14.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주요 기업의 주가 하락률은 지수의 낙폭보다 컸다.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일본 최대 자동차 제조사 도요타자동차는 14.33%, 일본 메가뱅크 중 하나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은 17.84%, 반도체장비기업 도쿄일렉트론은 18.48%, 게임업체 닌텐도는 16.53%씩 폭락했다.

이날 오후에는 닛케이지수 선물 거래에 대한 서킷 브레이커가 10여분간 발동되기도 했다. 닛케이지수 선물 거래 중단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무렵인 2016년 6월 24일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산케이신문은 “엔화 강세와 달러화 약세가 급속하게 진행돼 도쿄 증시에서 자동차주를 중심으로 한 수출 기업 주식 매도세가 폭넓게 나타났다”며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이 방아쇠로 작용한 ‘우에다 쇼크’는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증권시장의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2일 도쿄 도심의 한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의 일부 금융 투자자들은 엔화 강세와 증시 폭락의 원인을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 외에도 9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잠룡’들의 엔저 견제성 발언에서도 찾고 있다. 일본 포털 야후 재팬의 산케이 온라인판 기사 아래에서 “우에다 쇼크보다 모테기 쇼크, 고노 쇼크, 자민당 쇼크가 컸다”는 댓글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자민당 총재 선거의 유력 후보 중 하나인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은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둔 지난달 22일 “금융정책을 정상화한다는 방침을 더 선명하게 내세울 필요가 있다”며 금리 인상을 압박했다.

고노 다로 디지털상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환율은 일본의 문제다. 엔화가 너무 저렴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발언은 자민당 총재로 선출돼 총리직에 오를 경우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더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져 엔화 가치를 높인 요인으로 평가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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