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닮은 토종한우 ‘칡소’…고성 명품 브랜드로 키운다
강원도 고성군의 농가에선 검은색 줄무늬가 있는 토종 한우를 볼 수 있다. 이 소는 온몸에 칡넝쿨을 칭칭 감아놓은 것처럼 보여 ‘칡소’로 불린다. 줄무늬가 호랑이와도 비슷해 ‘호반우(虎斑牛)’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최근 고성군이 칡소로 주목받고 있다. 사육 두수도 500마리를 돌파했다. 지난달 9일 토성면 용촌1리 축산농가에서 500번째 칡소가 태어났다. 35㎏으로 태어난 암송아지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칡소 사육 두수는 2400마리 정도다. 우리나라 전체 칡소의 20% 이상이 강원 고성에서 사육되는 것이다.
10년째 칡소를 키워 온 박상준(49)씨는 “처음에 4마리를 분양받아 키우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43마리가 됐다”며 “칡소의 우수한 품질을 알리기 위해 앞으로 사육 두수를 꾸준히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1000마리 이상의 칡소를 사육하는 것이다. 현재 2314㎡(약 700평) 규모의 축사에서 일반 한우와 칡소 등 총 150마리의 소를 키우는 그는 인근에 561㎡(170평) 규모의 축사를 추가로 짓고 있다.
박씨처럼 칡소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농민이 늘어나면서 현재 고성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칡소를 키우는 지역이 됐다. 고성군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28개 농가(286마리)가 칡소를 사육했다. 하지만 고성군이 본격적으로 칡소 브랜드 육성사업을 시작하고 ‘고성 칡소 보호·육성에 관한 조례’까지 제정하자 사육 두수가 꾸준히 늘기 시작했다. 3년 만에 사육 두수가 200마리 이상 늘어날 정도다.
함명준 고성군수는 “고성 칡소 브랜드 활성화·차별화를 통해 명품브랜드 선점과 경쟁력 확보, 무궁무진한 산업 잠재력을 극대화하겠다”며 “전략적인 비전 설정으로 농가의 자생력 향상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고성군이 칡소 브랜드화에 나선 건 칡소가 질병에 강한 데다 육질이 부드럽고 담백해서다. 조선 시대엔 임금 수라상에도 자주 올랐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우수한 품종의 칡소는 한때 자취를 감췄다. 일제는 1938년 한우 심사표준을 만들어 “조선 한우의 모(毛·털)색을 적색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털 색깔을 통일하면서 다른 색깔의 품종은 도태했다. 당시 한우의 우수성을 간파한 일본의 육종 학자들은 조선의 칡소·흑우(黑牛)를 일본으로 가져가 일본 소와 교잡해 품종 개량에 이용했다. 일제는 1910~1945년 사이 150만 마리 이상의 한우를 한반도에서 반출했다.
우수한 품질에도 칡소 사육 농가가 많지 않은 건 한우보다 낮은 경제성 때문이다. 칡소와 한우의 대표적인 차이는 사육 기간과 가격, 등급률이다. 한우의 경우 사육 시간이 평균 30개월인데 칡소는 33개월로 3개월 길다. 가격은 한우가 도축 전 700~800㎏ 기준 900만~1000만원인데, 칡소는 600만~700만원 수준이다. 등급률도 한우는 1+ 등급 이상 출하량이 70%인데 칡소는 20%에 불과하다.
고성군은 연말까지 사육 두수를 550마리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2025년은 730마리, 2026년은 900마리까지 규모를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육 두수를 늘리는 동시에, 칡소의 우수성도 꾸준히 알릴 계획이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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