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마을 봄철 명소 ‘대흥사 벚꽃길’ 내년부터 못 보나
전국적인 벚꽃 명소 중 한 곳인 전남 해남의 ‘대흥사 벚꽃길’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땅끝마을’로 불리는 해남의 지방도로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도로변 벚나무가 대부분 벌목되기 때문이다.
5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방도 806호선 중 해남읍~대흥사 5.1㎞ 구간에 대한 확장·포장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업비 472억원이 투입될 공사는 ▶1단계 1.4㎞(해남읍 사거리~연동리 호산정), ▶2단계 3.6㎞(호산정~삼산면 농협사거리) 등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전남도는 현재 2차로인 공사 구간이 4차로로 확장되면 해남 일대의 교통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 해남군이 추진 중인 기후변화대응센터 유치와 제2스포츠타운 신설 등을 위한 SOC 확충 효과도 기대된다.
문제는 기존 도로를 확장하기 위해선 대흥사 벚꽃길에 있는 벚나무 대부분을 베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해당 구간의 시공사 측은 최근 해남군에 “도로 공사구간 내 벚나무 550여 그루를 제거해달라”고 요청했다. 해남읍부터 대흥사 입구까지 조성된 벚나무가 도로 확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벌목 요청을 받은 해남군은 지역 상징물인 벚꽃길을 살릴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흥사로 향하는 벚꽃길은 주변 두륜산, 땅끝마을 등의 풍광과 어우러진 벚꽃 명소이기 때문이다. 대흥사는 2018년 6월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이란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천년고찰이다.
해남군 측은 “매년 대흥사를 찾는 탐방객 35만여명 중 7만명 이상이 벚꽃이 피는 4월 한 달에 몰릴 만큼 벚꽃길 인기가 높다”며 “봄철이면 벚꽃길 주변에 형성된 해남 ‘통닭 거리’와 맞물려 관광객 유치 및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큰 구간”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해남군은 도로를 넓혀 교통여건을 개선하는 동시에 벚나무까지 살릴 방법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수목 전문가인 나무의사 5명은 최근 현장 검토 후 “벚나무는 수령이 짧고, 이식 후 생존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수종”이라는 의견을 내놓은 상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벌목 대상인 벚나무 550그루 중 수형(樹形·나무 모양)이 좋고 활착률(活着率·이식 후 생존율)이 높은 것은 20~30그루 정도다. 나머지 520그루는 수령이 50여년 된 노거수(老巨樹)로 수형이 좋지 않고, 활착률도 낮을 것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기존 아스팔트 도로와 지하에 매설된 광케이블 등도 벚나무를 이식하는 데 걸림돌로 꼽힌다.
해남군은 벚꽃길 일부 구간을 존치하거나 도로를 우회 확장하는 방안 등을 전남도와 논의하고 있다. 또 벚나무를 이식하는 데 드는 비용이 1그루당 264만원 정도로 추산됨에 따라 이식 예산 확보 등 준비 작업에도 착수했다.
해남군 관계자는 “도로 확장공사로 해남의 상징인 대흥사 벚꽃길이 사라지게 돼 안타깝다”며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최대한 많은 벚나무를 살릴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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