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NO 광고 NO' 안세영, 金 따고 문 열었다…"좋은 제안 오면 한다" [2024 파리]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 안세영(22·삼성생명)이 마침내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자 그동안 거절했던 광고와 방송 섭외를 받아들일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드라샤펠 아레나에서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9위 중국의 허빙자오를 게임 스코어 2-0(21-13, 21-16)으로 이기며 시상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안세영은 앞선 8강과 준결승전에 이어 결승에서도 '슬로 스타터' 기질을 보였다. 허빙자오에게 1게임 초반 리드를 뺏기면서 스코어 6-8 열세 속에 게임을 출발했다.
하지만 안세영은 조금씩 몸이 풀린 듯 서서히 허빙자오를 압도했다. 빠르게 동점의 균형을 맞춘 뒤 특유의 그물망 수비에 이은 빠르고 정확하고 강한 스매시가 살아났다. 1게임을 23분 만에 스코어 21-13으로 따내고 금메달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안세영은 2게임에서도 허빙자오를 상대로 한 수 위 기량을 뽐냈다. 중반까지 동점으로 팽팽하게 맞서기도 했지만 11-11에서 조금씩 격차를 벌려갔다.
허빙자오의 공격 범실이 늘어난 데다 안세영의 강점인 '강철 체력'이 게임이 진행될수록 빛을 발했다. 안세영은 더욱 거세게 허빙자오를 몰아붙인 끝에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안세영은 20-15에서 허빙자오의 공격 범실로 마지막 한 점을 추가,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금메달이 확정된 뒤 코트에 무릎을 꿇고 짧은 세리머니를 펼친 뒤 허빙자오에게 격려 인사를 건네는 승자의 품격도 보여줬다.
안세영은 시상식에 앞서 태극기를 휘날리며 코트를 누볐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관중들과 함께 금메달의 기쁨을 마음껏 만끽했다.
3년 전 커리어 첫 올림픽 출전이었던 2020 도쿄 대회(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인한 2021년 개최) 때 8강에서 탈락했던 안세영은 이 순간을 위해 방송 출연과 광고도 거절하고 앞만 보고 달렸다.
지난해 8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여자 단체전 금메달과 함께 여자 단식 금메달까지 따내며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증명한 안세영은 각종 방송이나 광고의 섭외 유력 후보로 떠올랐으나 이를 모두 거절해 화제가 됐다.
안세영은 지난해 10월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아시안게임 선수단 격려 행사에 "메달 하나로 특별한 연예인이 된 게 아니다"라고 밝히며 방송 및 광고 섭외 요청을 거절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많은 경기가 있고, 아직 못다 이룬 꿈도 있다. 죄송하지만, 지금 제가 방송 출연 등을 병행하기엔 벅차서 그런 것들은 뒤로 미루고 제 몸을 끌어올리는 데만 집중하려고 한다"라며 "아시안게임 우승도 했지만, 아직 올림픽(금메달)도 없기에 올림픽을 향해서 더 열심히 달려가려고 한다. 선수로서 보여드려야 할 것이 많기에 제가 하는 배드민턴에만 집중할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아시안게임에서 무릎 근처 힘줄이 찢어졌던 안세영은 방송 출연 대신 재활 훈련에만 집중했다. 또 부상 회복을 위해 전국체전에도 출전하지 않았으며, 10월에 열리는 덴마크오픈과 프랑스오픈도 불참했다.
올림픽 금메달 하나만 보고 달려오던 안세영은 마침내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서면서 간절히 원했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소원을 성취한 안세영은 그동안 훈련에 집중하기 위해 고사해 왔던 방송이나 광고 출연도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금메달을 딴 안세영은 이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일단 한국에 들어갈 때 샴페인을 흔들면서 금메달을 자축하고 싶다"라며 "방송이나 CF도 좋은 제안만 온다면 언제든 출연을 고려해 보려고 한다"라고 했다.
한국 배드민턴은 안세영의 우승으로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혼합복식 이용대-이효정 조 이후 16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한국은 이후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남자복식, 2016 리우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에선 여자복식에서 연달아 동메달 하나씩 따낸 것이 전부였다. 과거 중국, 인도네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배드민턴 3강 지위가 급격히 흔들렸다.
다행이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자존심을 살렸다. 혼합복식에서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 조가 은메달을 차지한데 이어 안세영이 금메달로 마지막 점을 찍었다.
또 안세영의 금메달은 한국 배드민턴이 여자 단식에서 28년 만에 수확한 금메달이기도 하다. 지난 1992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것에 이어 1996 애틀랜타 대회에서 여자단식 금매달을 거머쥔 방수현 이후 한국은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은 물론 동메달조차 따낸 적이 없었다. 그 힘든 길을 안세영이 해냈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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