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협회 저격 '폭탄 발언' 왜?…"올림픽 못 나올 상태였다, 내 부상 안일하게 생각" [파리 인터뷰]
(엑스포츠뉴스 프랑스 파리, 김지수 기자) '셔틀콕 여왕' 안세영이 화려한 대관식을 마친 뒤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2024 파리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와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음을 시사하면서 향후 태극마크를 자진해서 반납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9위 허빙자오를 게임 스코어 2-0(21-13 21-16)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따냈다.
안세영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 나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 이제야 숨이 쉬어지는 것 같다"고 웃은 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부상 때문에 힘들 때 코치님과 많이 싸우고 울고 했던 게 헛되지 않았다는 걸 실감하게 해주는 순간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코펜하겐 세계선수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올림픽 금메달까지 손에 넣으며 세계 배드민턴 여자 단식 최강자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한국 배드민턴은 안세영의 우승으로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혼합복식 이용대-이효정 조 이후 16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2008 베이징, 2012 런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2020 도쿄(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021년 개최)에서 '노골드'에 그쳤던 아쉬움도 털어냈다.
한국 배드민턴이 하계 올림픽 여자 단식 종목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건 1996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28년 만이다. 방수현은 이날 MBC 해설위원으로 경기장을 찾아 안세영이 포디움 가장 높은 곳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감격스러운 모습을 지켜봤다.
안세영 개인으로서도 커리어 첫 올림픽이었던 2020 도쿄 대회에서 노메달에 그쳤던 아쉬움을 씻어냈다. 이제 아시아선수권만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 여자 배드민턴 종목 '리빙 레전드'로 우뚝 설 수 있게 됐다.
다만 안세영은 대한민국 배드민턴이 '경사'를 맞이한 이날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폭탄 발언을 꺼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의 발언을 쏟아냈다. 파리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무릎 부상을 앓고 있는 자신의 몸 상태를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안세영은 "내 (무릎) 부상은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했다. (파리 올림픽에) 나올 수 없는 상태였는데 (협회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고 대표팀에 실망을 많이 했다"며 "짧게 말하자면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나의 (올림픽 금메달)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 (협회) 눈치도 많이 보시고 힘든 순간을 많이 보내셨다.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얘기를 해봐야겠지만 너무 (협회에) 실망을 많이 했는데 이 부분은 나중에 길게 설명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자존심을 세웠다. 여자 단체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것은 물론 여자 단식에서도 세계 최강의 위용을 뽐냈다.
특히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결승전은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였다. 안세영은 자신의 '천적' 세계랭킹 3위 중국의 천위페이를 혈투 끝에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건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 이후 29년 만이었다.
안세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결승에서 1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무릎 통증 여파로 고전했다. 천위페이에게 2세트를 내주면서 금메달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3세트를 21-8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따내면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그런데 안세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돌아오자마자 한 달 넘게 재활에 매진해야 했다. 무릎 상태는 심각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귀국한 뒤 곧바로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정밀 검진을 실시한 결과 오른 무릎 근처 힘줄 일부 파열 진단을 받았다.
안세영은 재활 기간 최소 2주, 최대 5주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은 뒤 회복에 전념했지만 이후 출전한 3개 대회에서 모두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정상 경기력을 되찾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안세영은 자신의 무릎 부상이 악화된 배경에는 최초 검사에서 오진, 완전한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각종 국제대회 출전 강행을 지시한 협회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안세영은 믹스트존 인터뷰 종료 후 진행된 여자 단식 메달리스트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무릎 부상은 생각보다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처음 오진이 나왔던 순간부터 계속 참고 경기를 뛰었다"며 "지난해 연말 다시 재검진을 해보니까 무릎이 많이 안 좋았다. 파리 올림픽까지 시간도 많이 없었고 참고 뛰어야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계속 꿋꿋하게 참고 뛰었다.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대표팀에서 부상을 겪고 있는 상황에 너무 많은 실망을 했다.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세영은 한국 배드민턴이 파리 올림픽에서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둔 원인 중 하나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행정 문제를 추가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여자 단식 안세영의 금메달과 혼성 복식 김원호-정나은의 은메달을 수확했다.
안세영은 "우리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하나밖에 나오지 않을 걸 돌아봐야 하지 않는 시점이지 않나 싶다"며 "나는 계속 배드민턴 발전을 위해서 내 기록을 위해 계속 뛰고 싶지만 협회에서 어떻게 해주실지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안세영은 대표팀을 떠나는 상황이 오더라도 올림픽 출전을 가로 막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을 거부 하더라도 실력이 충분하다면 올림픽에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에선 수영이나 빙상 종목 등에서 선수들이 개인 코치 두고 훈련하며 선발전을 통해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따기도 하다.
안세영은 "난 배드민턴 발전과 내 기록을 위해 계속해나가고 싶지만, (대한배드민턴)협회에서 어떻게 해주실지 모르겠다. 저는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든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다"고 한 뒤 '대표팀이 아니면 다음 올림픽은 어떻게 되나'란 질문엔 "대표팀을 떠난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고 답했다. 이어 "단식과 복식은 엄연히 다른데 선수 자격을 박탈하면 안 된다"면서 "협회는 모든 것을 다 막고, 그러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한다"고 직격했다
작심 발언을 쏟아낸 안세영은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건 기쁨은 마음껏 누리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훈련에 집중하기 위해 고사해 왔던 방송, CF 출연도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안세영은 "일단 한국에 들어갈 때 샴페인을 흔들면서 금메달을 자축하고 싶다"며 "방송이나 CF도 좋은 제안만 온다면 언제든 출연을 고려해 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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