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사람을 '집게손 작가'로 신상공개했는데..."…경찰, 누리꾼들 불송치

경찰 "부적절 행위에 거칠게 의견 표현한 것"
피해자 측 "수사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반발

경찰이 넥슨의 게임 홍보영상에서 이른바 '집게손'을 그린 당사자로 잘못 지목돼 사이버 불링(온라인 집단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가 게시글 작성자들을 고소한 사건에 대해 모두 불송치 결정을 했다.

5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애니메이터 A씨가 자신에 대한 온라인 게시글을 작성한 누리꾼들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 모욕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불송치(각하) 처리했다고 이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넥슨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게임 '메이플 스토리' 홍보 영상에서 시작됐다. 영상 속 게임 캐릭터의 손동작을 두고 일부 누리꾼이 '남성 혐오의 상징인 집게 손 모양'이라는 주장을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사 여성 직원 A씨가 해당 장면 콘티를 그린 인물로 지목돼 그의 신상정보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한편 그에 대한 모욕성 글도 줄줄이 이어졌다. 이후 해당 콘티를 그린 인물은 A씨가 아닌 40대 남성으로 밝혀졌다. 논란이 일자 넥슨 측은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서초경찰서 /문호남 기자 munonam@

A씨는 지난 6월 온라인 게시글 작성자들에 대한 고소장을 서초서에 제출했다. 하지만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린 수사 결과 통지서에서 "피의자들이 고소인을 비판하는 것은 그 논리적 귀결이 인정된다고 보인다"며 문제의 게시글을 작성한 행위는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논란이 불거지자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먼저 나서 사과문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결정의 근거가 됐다. 이어 경찰은 "A씨가 과거 페미니스트를 동조하는 듯한 내용의 트위터 글을 게시한 사실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피의자들의 글은 A씨 등 특정 인물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극렬한 페미니스트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집게 손가락 동작'을 기업 광고에 사용하는 것은 금기시되는 것이 현재의 풍토"라고 했다. 이어 통신매체이용음란 건과 관련해 "혐의는 상당하나 트위터는 미국 소재 기업으로 해외기업 공조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트위터는 강력범죄에만 자료제공 요청에 협조하고 있어 이 범죄 특성상 회신을 기대하기 어려워 압수수색영장 신청 등 수사를 계속할 실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수사 결과에 대해 A씨 측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의신청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A씨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덕수 범유경 변호사는 연합뉴스에 "A씨가 페미니스트든 아니든 도를 넘는 모욕이나 실제로 하지 않은 일에 대한 비난을 감당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와 관련해선 구체적 수사를 하지도 않고 공조 협조를 받기 어렵단 이유로 각하했단 점에서 경찰 수사가 적절하게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