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서도 포기 몰랐다” 세계 1위 향한 안세영의 집념과 승부욕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을 따낸 안세영(삼성생명)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다니던 동호회 클럽을 따라갔다가 라켓을 잡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배드민턴부가 있는 광주 풍암초에서 은사 최용호 감독을 만났다. 소년체전에 대비한 배드민턴부의 특별훈련에 안세영도 합류했다.
처음엔 안세영의 나이가 어렸던 터라 훈련 장면이나 방식을 보여주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나 배드민턴 선수가 되기로 마음을 먹은 안세영의 의지는 강했다. “뛰어볼래?”라는 최 감독의 물음에 “뛰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일종의 테스트가 시작됐다. 안세영은 바닷가 백사장에서 쉼 없이 뛰었다. 최 감독이 기억하는 안세영의 첫 모습은 ‘심장이 좋은 특출난 아이’였다. 최 감독은 5일 국민일보에 “보통 애들은 힘들면 안 뛴다고 하는데 안세영은 울면서도 계속 뛰었다”며 “강하게 키워보려고 언제까지 뛰는지 지켜봤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바닷가에 숙소로 향하는 길에도 꾸역꾸역 뛰었다. 최 감독은 “숙소까지 거리가 4~5㎞쯤 됐다. 힘들면 차에 타라고 했는데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안세영의 연습량과 훈련 강도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너무 열심히 훈련을 잘 소화하다 보니 지도자 입장에서도 점점 욕심이 났었다고 한다.
고된 훈련의 연속. 안세영이 1년 뒤쯤 배드민턴을 관두려고도 했다. 최 감독은 최고 선수가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흔들리는 안세영을 붙잡았다. “공부로 1등을 할 자신이 있느냐. 넌 우리나라에서 운동으로 1등하면 세계 1위도 할 수 있다. 믿고 따라오라.”
새로운 전환점이었다. 안세영은 배드민턴을 ‘직업’이라 여겼고, 포기라는 단어를 잊었다.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일도 없었다. 지도자들이 말릴 정도로 훈련에 몰두하는 연습벌레가 됐다.
안세영은 주로 남자 선수들과 뛰고 겨루며 실력을 쌓았다. 체력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훈련에서 늘 앞섰다고 한다. 최 감독은 “정말 지독하고 강하게 훈련했다. 5학년쯤 되니 오빠 선수들을 다 이겼다”고 회상했다.
승부욕도 엄청 났다. 모교를 찾은 중·고교 선배들을 이기려고 이를 악물었다. 최 감독은 “붙었다 하면 싸움닭이 됐다. 세영이가 연습인데도 너무 힘들게 하니 오빠 선수들이 서로 경기를 안 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2017년 12월 안세영은 만 15세에 최연소 배드민턴 국가대표가 됐다. 종목 최연소 선수로 나섰던 2020 도쿄올림픽 8강에서 탈락했지만 도전은 계속됐다. 지난해 배드민턴 최고 권위의 전영오픈을 비롯한 국제대회에서 우승 10회, 준우승 3회를 달성하며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다.
최 감독은 1위 자리에 오른 제자에게 “잘했다. 수고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안세영은 최 감독으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은 이 순간을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최 감독은 “그 말밖에 해줄 게 없었다”고 전했다.
세계 정상급 반열에 오른 안세영은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금메달을 노리는 선수들의 1호 견제 대상이 됐다. 최 감독은 모든 선수의 타깃이 된 제자에게 “모두가 네 장·단점을 파악하고 나올 거다. 멘탈 공격이나 선제적 공격도 굉장히 많을 것”이라며 “이제 네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세영은 옛 스승에게 “알겠다. 열심히 하고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뒤 파리로 떠났다.
안세영은 불굴의 부상 투혼을 보여줬던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이어 파리올림픽 정상마저 정복하며 최강자의 위치를 지켜냈다. 안세영은 이날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허빙자오(중국)를 2대 0(21-13 21-16)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배드민턴의 올림픽 단식 금메달은 1996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역대 두 번째이자 28년 만에 나왔다. 종목을 넓혀보면 2008 베이징 대회 혼합복식 우승을 거뒀던 이용대-이효정 조 이후 16년 만에 나온 배드민턴 금메달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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