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서도 포기 몰랐다” 세계 1위 향한 안세영의 집념과 승부욕

박구인 2024. 8. 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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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이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파리=윤웅 기자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을 따낸 안세영(삼성생명)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다니던 동호회 클럽을 따라갔다가 라켓을 잡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배드민턴부가 있는 광주 풍암초에서 은사 최용호 감독을 만났다. 소년체전에 대비한 배드민턴부의 특별훈련에 안세영도 합류했다.

처음엔 안세영의 나이가 어렸던 터라 훈련 장면이나 방식을 보여주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나 배드민턴 선수가 되기로 마음을 먹은 안세영의 의지는 강했다. “뛰어볼래?”라는 최 감독의 물음에 “뛰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일종의 테스트가 시작됐다. 안세영은 바닷가 백사장에서 쉼 없이 뛰었다. 최 감독이 기억하는 안세영의 첫 모습은 ‘심장이 좋은 특출난 아이’였다. 최 감독은 5일 국민일보에 “보통 애들은 힘들면 안 뛴다고 하는데 안세영은 울면서도 계속 뛰었다”며 “강하게 키워보려고 언제까지 뛰는지 지켜봤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바닷가에 숙소로 향하는 길에도 꾸역꾸역 뛰었다. 최 감독은 “숙소까지 거리가 4~5㎞쯤 됐다. 힘들면 차에 타라고 했는데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안세영의 연습량과 훈련 강도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너무 열심히 훈련을 잘 소화하다 보니 지도자 입장에서도 점점 욕심이 났었다고 한다.

고된 훈련의 연속. 안세영이 1년 뒤쯤 배드민턴을 관두려고도 했다. 최 감독은 최고 선수가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흔들리는 안세영을 붙잡았다. “공부로 1등을 할 자신이 있느냐. 넌 우리나라에서 운동으로 1등하면 세계 1위도 할 수 있다. 믿고 따라오라.”

새로운 전환점이었다. 안세영은 배드민턴을 ‘직업’이라 여겼고, 포기라는 단어를 잊었다.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일도 없었다. 지도자들이 말릴 정도로 훈련에 몰두하는 연습벌레가 됐다.

안세영이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포효하고 있다. 파리=윤웅 기자


안세영은 주로 남자 선수들과 뛰고 겨루며 실력을 쌓았다. 체력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훈련에서 늘 앞섰다고 한다. 최 감독은 “정말 지독하고 강하게 훈련했다. 5학년쯤 되니 오빠 선수들을 다 이겼다”고 회상했다.

승부욕도 엄청 났다. 모교를 찾은 중·고교 선배들을 이기려고 이를 악물었다. 최 감독은 “붙었다 하면 싸움닭이 됐다. 세영이가 연습인데도 너무 힘들게 하니 오빠 선수들이 서로 경기를 안 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2017년 12월 안세영은 만 15세에 최연소 배드민턴 국가대표가 됐다. 종목 최연소 선수로 나섰던 2020 도쿄올림픽 8강에서 탈락했지만 도전은 계속됐다. 지난해 배드민턴 최고 권위의 전영오픈을 비롯한 국제대회에서 우승 10회, 준우승 3회를 달성하며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다.

최 감독은 1위 자리에 오른 제자에게 “잘했다. 수고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안세영은 최 감독으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은 이 순간을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최 감독은 “그 말밖에 해줄 게 없었다”고 전했다.

세계 정상급 반열에 오른 안세영은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금메달을 노리는 선수들의 1호 견제 대상이 됐다. 최 감독은 모든 선수의 타깃이 된 제자에게 “모두가 네 장·단점을 파악하고 나올 거다. 멘탈 공격이나 선제적 공격도 굉장히 많을 것”이라며 “이제 네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세영은 옛 스승에게 “알겠다. 열심히 하고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뒤 파리로 떠났다.

안세영이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1996 애틀랜타 대회 금메달리스트 방수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파리=윤웅 기자


안세영은 불굴의 부상 투혼을 보여줬던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이어 파리올림픽 정상마저 정복하며 최강자의 위치를 지켜냈다. 안세영은 이날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허빙자오(중국)를 2대 0(21-13 21-16)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배드민턴의 올림픽 단식 금메달은 1996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역대 두 번째이자 28년 만에 나왔다. 종목을 넓혀보면 2008 베이징 대회 혼합복식 우승을 거뒀던 이용대-이효정 조 이후 16년 만에 나온 배드민턴 금메달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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