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벗? [김선걸 칼럼]

김선걸 매경이코노미 기자(sungirl@mk.co.kr) 2024. 8. 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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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부세, 금투세 이슈에서 정부 여당은 무기력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완승이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우파 진영의 텃밭인 부동산, 증권 영역에서도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우측 깜빡이를 켰다 껐다 하면서 뒤차들을 궁금하게 하고, 실제 우회전을 할 것처럼 얘기한다. 물론 늘 그래왔듯 ‘립서비스’에 그칠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회에서 보여준 정청래, 최민희 의원의 막말 정치 등과 비교할 때 ‘정책 피벗(pivot)’이 신선한 건 사실이다.

일단 세금 전쟁에서 여권은 실기했다. 오래 준비했다는 세법개정안은 정부 여당의 한계를 보여줬다. 단적인 예로 지난 대선 승리의 분수령이었던 부동산 세제, 예를 들면 종부세는 언급조차 없었다.

지난 대선 0.7% 차이로 승리한 것은 서울·수도권의 부동산 이슈 때문이었다. 재산세와 종부세는 매년 모든 가구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세금이다. 집값이 꿈틀대는 요즘 같은 때 더 예민하다. 이걸 놔두고 상속세에 집중했다. 상속세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평생 단 한 번 고민하는 세금이다. 재산에 따라 민감도도 다르다. 결정적으로 거대 야당을 움직일 묘수를 내놓지 못했다. 정무적 역량 부족이다.

거꾸로 오히려 민주당이 종부세 폐지를 치고 나왔다. 이 전 대표는 “국민에게 고통을 줘선 안 된다”며 “지난해 1가구 1주택에 거둔 종부세가 약 900억원밖에 안 되는데 이 문제에 갇혀서 공격받는 게 맞나”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당시 기형적인 종부세에 대해 당시 야당인 현 여당이 반대했던 바로 그 주장이다. 필요하다면 스스로 한 일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과감함이 놀랍다.

민주당이 서울과 수도권에 다수 의석을 가진 정당이라는 점은 바로 이재명 전 대표에게 이런 호기를 제공했다. 총선 직후 파격적으로 종부세 폐지를 언급했던 박찬대 원내대표와 고민정 의원의 경우 지역구가 각각 인천 연수, 서울 광진이다. 집값이 오르고 중산층이 사는 지역이다. 유권자들이 토로하는 종부세 불만을 매일 듣는다고 한다.

반면, 국민의힘 여론 주도층인 영남 지역구 의원들은 별 관심이 없다. 중원(서울·수도권)을 장악한 민주당의 대국적 관심과 국가 어젠다에는 한가한 여당의 차이가 점점 민심 민감도 격차를 키우고 있다.

물론 더 지켜봐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안다’는 식으로 수시로 말을 뒤집은 이재명 전 대표다. 과제도 버겁다. 당내에서 우클릭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전 대표가 말한 종부세 폐지론을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가 수권 역량을 인정받으려면 종부세, 금투세에 전향적 결단을 내리는 ‘큰 정치’를 해야 한다. 재판 변수는 논외로 할 때, 대권에 다가서는 가장 좋은 전략이다. 그러나 당내 갈등은 커질 것이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 참여정부 경제부총리 시절 같은 진영인 여당이 반대하는데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법인세 인하를 예고한 대목을 회고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아. 갑자기 비 와서 전철로 뛰어들었는데 몇 정거장 안 가 개찰구로 나오면 벌써 누군가 우산을 팔고 있어. 그걸 어떻게 이념으로 막아?”

과연 이재명이 노무현만한 큰 그릇일까. 아니면 그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의 보스일까. 스스로의 판단에 달렸다. 그런데 민주당이 이렇게 진화할 때 영부인 논란에만 발목 잡혀 있는 용산과 국민의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주간국장 kim.seonkeol@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1호 (2024.08.07~2024.08.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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