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다' 여제 안세영, 올림픽마저 정복...숙원의 금메달, '낭만 드라마' 완성했다 [2024 파리]
차승윤 2024. 8. 5. 18:46
이제 이곳은, 이곳도 안세영(22·삼성생명)의 땅이다. 안세영이 '배드민턴 여제'의 대관식을 치렀다.
안세영은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게임 스코어 2-0(21-13, 21-16)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은퇴)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이 종목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앞서 8강과 준결승에서 1세트 약했던 안세영의 모습은 이날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도 초반 리드는 내줬으나 빠르게 5-5 동점을 만들고 팽팽한 구도를 만들었다. 한 차례 긴 랠리로 허빙자오의 힘을 뺐고, 그때부턴 안세영의 리드가 시작됐다. 네트 플레이로 한 점을 뽑은 그는 코트 코너를 찌르는 직선 공격으로 15-12, 석 점 차로 달아났다. 이후 다 시 한 번 같은 코스로 득점한 안세영은 그대로 내달리며 빠르게 1세트를 정리했다. 21-13. 압도적인 한 판이었다.
2세트, 허빙자오가 맹렬히 추격했다. 안세영은 5-5 동점에서 상대를 네트 앞으로 몰은 후 푸쉬를 연달아 성공시켰다. 그는 연이어 힘으로 찍어누르며 순식간에 석 점 리드를 점했다. 허빙자오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공격이 네트에 걸렸고, 이어 라인을 벗어나며 2연속 실점했다. 하지만 다시 동점. 허빙자오가 끈질겼다.
딱 거기까지였다. 맹렬히 달려온 허빙자오의 연료는 바닥나 있었다. 빠른 드라이브와 푸쉬로 리드를 되찾은 안세영은 네트를 타고 넘어가는 헤어핀으로 14-11, 석 점 리드를 다졌다. 이어 라인 안에 걸리는 드롭으로 넉 점 리드. 허빙자오가 비디오 판독까지 신청했으나 번복은 없었고 5연속 득점까지 만들었다. 흐름은 넘어갔고 쐐기는 박혔다. 허빙자오가 투혼의 랠리로 한 점을 쫓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안세영은 21-16으로 2세트마저 마무리하며 완전무결하게 세계 정상에 섰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안세영은 마침내 세계 배드민턴 정상에 올랐다. 7년 전 최연소 국가대표로 합류했던 그는 3년 전 도쿄 올림픽에 나갔다가 8강전에서 천위페이를 만나 일방적으로 패했다. 약점인 공격력이 드러났고 장점인 수비력은 발휘되지 못했다.
안세영은 3년 동안 자신을 연마했고, 끝없이 성장했다. 약점인 공격력 향상에 힘썼다. 단순히 웨이트 트레이닝 강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남자 레슬링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소화했다. 2022년 겨울에는 한 달 동안 라켓을 놨다. 오직 근력과 체력만 강화했다.
탄탄한 수비력에 공격력이 더해졌고, 강철 체력으로 코트를 누빈 안세영을 상대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안세영은 2023년 세계개인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두 번째 대회부터 우승하기 시작했다. 이후 나가는 대회마다 결승전에 오르며 랭킹 포인트를 쌓았다.
세계 랭킹 정상을 놓고 다투던 천위페이와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와의 맞대결에서도 이기기 시작했다. 그해 3월 '배드민턴의 윔블던' 전영오픈을 시작으로 8월 세계개인선수권대회, 그리고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AG)까지 차례로 제패했다. 2023년 7월부터 세계랭킹 1위는 이제 안세영이었다.
남은 건 하나. 오직 올림픽뿐이었다. AG 결승전에서 입은 무릎 부상이 그를 괴롭혔지만, 그는 두 차례 재활을 거쳐 모든 초점을 파리로 맞췄다. 그는 "낭만 있게 올림픽을 마무리하고 싶다. 금메달은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이다. 내 모든 걸 바칠 생각"이라고 했다. 파리 올림픽은 '안세영 드라마'의 절정이자 완성이었다.
대회 초반 실전 감각 문제를 겪었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8강에서 1세트 패하고도 2, 3세트 압승으로 클래스를 보여준 안세영은 준결승 역시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도 잡고 결승에 올랐다.
포르트 드 라샤펠의 코트는 이미 여제의 영토였다. 안세영은 허빙자오마저 잡아내며 마침내 마지막 정상까지 등정했다. '낭만 드라마'가 완성됐다.
파리(프랑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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