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월요일' 장중 2400선 붕괴…'주도주 재점검' 필요
엔비디아발 AI 회의론·美경기침체 우려
증시 전문가, 낙관론·비관론 상존
미국 인공지능(AI) 관련주 회의론에 미국 경기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국내 증시가 '검은 월요일'을 맞이했다. 코스피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투매에 종가 기준 230포인트 이상 빠지며 역대 최대 낙폭을 경신했다. 상장사들의 주가가 줄줄이 하락하면서 코스피 시가총액도 2000조원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투자 주의가 필요하다며 리스크 관리를 당부했다.
코스피 '역대 최대' 234포인트 하락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234.64포인트(8.77%) 내린 2441.55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역대 최대 낙폭이다. 장중 최저 2386.96까지 빠지면서 2400선을 내주기까지 했다. 시가총액도 192조원가량 증발하면서 2000조원 벽도 무너졌다. 하락 종목수 역시 924개로 최다 수준이었다.
시장 감시를 담당하는 한국거래소도 분주해졌다. 거래소는 4년만에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 동시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CB)를 발동시켰다. 이는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장세 이후 약 1600일 만이다. 사이드카는 주식시장 프로그램매매를 5분간 제한함으로써 급변하는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다. 서킷브레이커는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할 경우 발동된다.
외국인이 이날 하루에만 1조5300억원 가까이 '팔자'에 나서면서 지수 급락을 주도했고 여기에 기관이 2700억원어치를 투매하며 지수 하락세에 불을 붙였다. 외국인과 기관은 '검은 금요일'이라 불린 지난 2일에도 각각 8500억원, 7800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외국인 순매도가 집중된 삼성전자는 10% 넘게 내려 7만14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 같은 낙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초다. 코로나19 때도 최대 낙폭은 7%대에 그쳤다. 매도세가 집중됐던 SK하이닉스 역시 9.87% 후퇴해 15만61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다만 클라우드 시장 성장세가 꺾이지 않은 만큼 반도체 업황 전반의 중장기 전망은 밝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패닉장세 원인으로 꼽았다. 최근 발표된 미국 7월 실업률은 4.3%로 예상치 4.1%를 웃돌았다. 월가에선 '삼의 법칙'상 미국이 경기침체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커졌다. 삼의 법칙은 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이동평균치가 앞선 12개월 중 기록했던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 지난 1일(현지시간)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도 시장 투자심리에 악재로 작용했다.
실제로 국내 증시 외에도 아시아 증시 전반이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아베 신조 총리의 '재흥전략'에 힘입어 10년간 고점을 높여온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이날 하루새 12.4%나 폭락했다. 대만 가권지수는 8.35% 내렸고 중국 상해종합주가지수도 1.54% 빠졌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 중동 정세 불안 등이 맞물리며 지수가 급락했다"면서 "(이번 급락은) 특히 엔비디아 신제품 출시 지연과 AI 투자에 대한 회의론 등이 대두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짚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침체 공포와 지정학적 리스크, 엔케리 청산 우려, 미 대선 불확실성 등 악재가 중첩됐다"며 "반대 매매와 로스컷이 마무리되면 변동폭이 잦아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당분간 증시 전망 어둡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향후 행보에 대해선 대체로 부정적이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주식전략파트장은 "미국 고용시장은 그 모멘텀이 둔화하기 시작하면 이후 추세적으로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나타난 미국 시장의 하락은 이제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짚었다. 특히 최근 상승랠리를 펼쳤던 주도주를 재점검해야 한다며 리스크 관리를 당부했다.
오태동 센터장도 "현재 미국 성장률 수준, 산업생산, 소비 등을 고려하면 미국 성장률이 곧바로 전분기 대비 두 번 연속 역성장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면서도 "(코스피의 경우) 단기 급락은 일정 수준 회복되겠지만 11월 미 대선 전까지 박스권 혹은 하락 추세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국내 증시가 저평가 구간인 만큼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급락은 이번 주가 정점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코스피 2500포인트 중반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를 하회하는 구간으로 현 시점에서 추가적인 하락 또한 제한적인 구간"이라고 짚었다. PBR 1배 미만은 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모두 매각했을 때보다도 주가가 낮게 거래된다는 의미다.
한편,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88.05포인트(11.30%) 내린 691.28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1%대 약세 출발한 후 장중 낙폭을 확대했다. 이날 상승 종목은 23개, 하락 종목은 1633개였다. 코스닥시장에선 개인이 6779억원어치를 팔아치웠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5472억원, 117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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