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생산 점검한 최태원 “차세대 제품 치열하게 고민해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5일 SK하이닉스 본사인 이천캠퍼스를 찾아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현장을 점검했다. 지난 1월 방문 이후 7개월 만이다. 최 회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흔들림 없이 기술 경쟁력 확보에 매진하고 차세대 제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HBM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앞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이어가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최 회장이 살펴본 HBM 생산 라인은 최첨단 후공정 설비가 구축된 생산 시설로, SK하이닉스는 이곳에서 지난 3월부터 5세대 HBM(HBM3E) 8단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이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한 데 이어 차세대 HBM 상용화도 준비하고 있다. HBM3E 12단 제품을 올 3분기 양산해 4분기부터 고객에게 공급할 계획이며, 6세대 HBM(HBM4)은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SK하이닉스는 HBM에서 주도권을 잡으며 지난 2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16조4233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삼성전자 역시 차세대 HBM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어 향후 시장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6세대 HBM을 내년 하반기 출하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날 최 회장은 “내년에 6세대 HBM을 조기 상용화해 대한민국의 AI 반도체 리더십을 지키며 국가 경제에 기여해 나가자”고 말했다.
최 회장은 HBM 생산 라인을 점검한 뒤 SK하이닉스의 곽노정 대표와 송현종·김주선 사장 등 경영진과 장시간 회의를 진행했다. AI 시대 D램, 낸드 기술, 제품 리더십과 ‘포스트 HBM’을 이끌어 나갈 미래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최근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신입사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AI 전환’을 강조하며 “SK하이닉스의 경우 AI 반도체를 잘 만드는 것을 넘어 AI 인프라 스트럭처(기반 구조) 전반의 밸류체인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 인프라를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추진 중인 SK그룹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AI 토털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AI 거품론’에 대해 “AI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위기에서 기회를 포착한 기업만이 살아남아 기술을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해외 빅테크들이 SK하이닉스의 HBM 기술 리더십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며 “3만2000명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의 성과”라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미국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를 만났고, 6월엔 대만을 찾아 웨이저자 TSMC 회장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6월 말부터 2주간 미국에 머물며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인텔 등 주요 빅테크 CEO와 연쇄 회동하며 AI·반도체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SK그룹은 오는 19~21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이천포럼’을 열고 AI 시대에 SK의 가치 창출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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