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수백발 쏠 北 발사대 250대 접경에…방어체계 '재점검' 필요성 대두

이근평 2024. 8. 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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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한국을 향한 ‘탄도미사일 물량공세 작전’을 공식화했다.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 250대를 한국과 접경을 맞대고 있는 최전선에 배치한다고 밝히면서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던 수단이 장사정포를 넘어 탄도미사일로 진화한 셈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무기체계 인계인수기념식이 지난 4일에 진행됐다"면서 "중요군수기업소들에서 생산된 250대의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경제1선부대들에 인도되는 의식이 수도 평양에서 거행됐다"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탐지 까다로운 CRBM, 발사대 250대 전방에

5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전날(4일) 평양에서 열린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 인계인수 기념식에서는 중요군수기업소들에서 생산된 250대의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가 국경 제1선 부대에 인도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우리 앞에 방대한 종대를 이뤄 정렬한 저 무장장비들은 이제 우리 군대에 인도돼 국경지역에서 중요 군사활동을 담당하게 된다”며 “군사력 강화의 실천 지침들 가운데 중대한 한 가지 사항이 현실로 결속됐음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매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23대씩 열을 맞춰 늘어선 250대 이동식 발사대(TEL)는 ‘화성-11라’형으로 명명된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의 발사 플랫폼으로 파악된다. 정밀타격이 가능한 한국의 전술지대지유도무기 케이티즘(KTSSM)을 빼닮아 ‘북한판 KTSSM’으로도 불리는 해당 미사일은 2022년 4월 첫 시험발사 후 지금까지 4차례 발사됐다. 150㎞ 안팎에 불과한 거리를 30㎞ 이하 저고도로 비행해 탐지가 까다롭다고 한다.

실제 군 당국은 지난해 3월 북한이 남포에서 서해로 CRBM을 6발 발사했을 땐 당초 1발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가 수발로 정정한 적이 있다. 군 관계자는 “저고도라고 해도 패트리엇 등 방공망으로 충분히 요격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무기체계 인계인수기념식이 지난 4일에 진행됐다"면서 "중요군수기업소들에서 생산된 250대의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경제1선부대들에 인도되는 의식이 수도 평양에서 거행됐다"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하지만 250대의 TEL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미사일을 뿜어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 입장에선 TEL 1대당 4개 발사관이 탑재된 점을 감안하면 최악의 경우 1000발의 물량공세를 막아내야 한다는 의미다.


전술핵 CRBM, 장사정포처럼 ‘다발’로 쏜다

김정은의 발언도 이 같은 의도를 뒷받침한다. 그는 “전 전선에서 적에 대한 압도적인 공격 역량과 타격력의 우세로써 작전상 주도권을 틀어쥘 수 있게 됐다”며 “건국 이래, 창군 이래 처음으로 되는 위혁적인 장관을 펼친 이 무기체계들의 화력으로 우리를 반대하는 적들의 무분별한 도발책동에 대한 확실하고 압도적인 견제력을 보유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마디로 CRBM을 장사정포처럼 수도권을 향해 '다발'로 쏘기 위해 TEL 대량 생산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얘기다. 2022년 국방부 국방백서와 2021년 미 국방정보국(DIA) 북한 군사력 보고서가 북한의 전체 미사일 발사대를 각각 100여대, 250여대로 추산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 CRBM 발사대만 250대를 추가한 건 대량생산 능력과 속도전 측면에서 더욱 눈에 띈다.

2022년 4월 16일 함겸남도 함흥에서 쏜 북한의 신형전술유도무기. 조선중앙통신

특히 우려할 대목은 김정은이 “화력임무 공간의 다각화를 실현하고 특수한 물리적 힘 전술핵의 실용적 측면에서도 효과성을 제고하게 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전술핵을 아우르는 여러 종류의 탄두를 탑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남 핵타격 수단이 서서히 접경지대에서 구조를 갖춰간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 3월 핵탄두 카트리지 화산-31을 공개하면서 투발수단이 그려진 패널을 통해 CRBM에도 화산-31 탑재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상황 엄중…항공력 중심으로 전력구조 전환 필요할 수도”

북한의 발표대로라면 미사일 방어체계의 판을 새로 짜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DMZ 인근에서 전술핵 등을 섞은 탄도미사일 수백 발을 서울은 물론 평택 캠프 험프리스 등 주요 거점을 향해 쏠 수 있다는 건 위력 면에서 170㎜ 자주포, 240㎜ 방사포 같은 기존 장사정포와는 위협의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애초 단발 탄도미사일 대응용으로 개발된 패트리엇 등 기존 요격 체계로는 동시에 날아오는 수백 발의 탄도미사일을 막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항공력으로 이동 표적을 집중 감시·타격하는 등 전력구조의 전환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탄도미사일이 공군기지, 항만 등을 공격하는 전략적 단계에서 전방 군사시설과 병력 밀집 지역을 공격하는 전투적·전술적 단계로 타격 범위를 확대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탑재할 미사일 확보 놓고 ‘비현실적’ 시각도

반면 북한의 주장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TEL 250대에 탑재할 미사일, 그리고 이를 운용할 수 있는 병력을 꾸준히 확보하고 유지하는 게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군 당국은 특히 북한이 대내외적으로 군사적 성과를 과시하려고 일부 TEL에 더미 또는 목업 등을 동원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CRBM에 탑재할 수 있을 만큼 핵탄두 소형화를 달성했는지도 변수로 꼽힌다. 북한은 약 700㎏까지 핵탄두 소형화를 진행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CRBM에 핵탄두를 실으려면 통해 500㎏ 이하로 무게를 줄여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이번 조치가 7차 핵실험으로 이어지는 수순일 수 있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무기체계 인계인수기념식이 지난 4일에 진행됐다"면서 "중요군수기업소들에서 생산된 250대의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경제1선부대들에 인도되는 의식이 수도 평양에서 거행됐다"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일각에선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에 무기 수출을 염두에 두고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 북한은 러시아에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단거리탄도미사일 KN-23을 수출 중이고, 실제 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애초에 북한이 이같은 대량생산 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것도 그간 대러 물량 확보를 위해 군수공장을 완전 가동하며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단순 경제적 이익 외에 실전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이 러시아에 CRBM 수출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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