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회 연상” 빗댄 혁신회의…“초선·원외 조직이 과도 개입” 부글
더불어민주당의 강성 친명계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전당대회 국면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8ㆍ1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김두관 전 의원은 4일 대의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혁신회의를 전두환 정권의 ‘하나회’에 빗댔다. 김 전 의원은 “현재 우리 당 운명은 혁신회의가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런 행태는 군내 사조직이었던 하나회를 연상시킬 정도”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은 5일 국회 소통관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혁신회의가 시ㆍ도당위원장을 거의 장악했다. 취재해보라”며 “혁신회의가 (당내) 최대 정파가 되면서 (당 대표 선거에서도) 나를 드러내놓고 지지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혁신회의는 21대 국회에서 친명 원외 조직으로 출범한 단체다. 권리당원 권한 강화를 내세우며 이재명 전 대표의 지근거리에서 활동해 온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22대 국회에 입성해 현재는 40여명의 현역 의원이 가입한 당내 최대 의원모임이 됐다. 이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평가받는 강위원 전 당 대표 특보가 상임대표를 맡고 있고, 김우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 황명선 조직사무부총장, 윤종군 원내대변인 등이 주요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당내에선 김 전 의원처럼 “혁신회의가 전당대회와 시ㆍ도당위원장 선거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혁신회의가 권리당원과 의원에게 연락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유도한다”고 주장했다. 중진 의원도 “혁신회의가 초ㆍ재선 의원에게 연락을 돌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요청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부적절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불만은 전대와 함께 치러지는 시ㆍ도당위원장 선거에서 혁신회의 소속 원외 인사가 대거 당선되면서 더 커지는 분위기다. 현재까지 진행된 13개 시ㆍ도당위원장 선거에서 혁신회의 소속 이광희(충북)ㆍ이재성(부산)ㆍ이영수(경북)ㆍ허소(대구)ㆍ송순호(경남) 위원장이 당선됐고, 이외 지역에서도 혁신회의의 지지선언을 받은 인사들이 다수 당선됐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혁신회의가 조직적으로 특정 후보 지지여론을 형성하면 온라인 강성당원이 이 여론을 퍼뜨리고, 이게 결국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혁신회의가 ‘당원중심정당’을 내세우다보니 그들 의견에 반대하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혁신회의 측은 이 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한 혁신회의 소속 초선 의원은 “(혁신회의가 특정 후보 지지를 압박한다는 건) 금시초문”이라며 “누군가 혁신회의를 모함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초선 의원도 “혁신회의가 그렇게 영향력이 셌다면 광주시당위원장 선거에서 강위원 혁신회의 상임대표가 당선돼야 하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다. 4일 광주시당위원장 선거에선 광주 현역 의원인 양부남 의원이 강 대표를 꺾고 당선됐는데, 양 의원도 혁신회의 소속이다. 혁신회의는 4일 성명을 통해 “(김두관 전 의원이) 혁신회의를 군부 쿠데타 세력으로 빗댄 건 단순히 모독을 넘어서 지금껏 당원의 기대와 열망으로 이뤄내고 있는 정치혁신과 자랑스러운 민주당 역사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전당대회가 끝나도 “초선, 원외 중심 혁신회의가 ‘친명’을 표방해 온라인 당원의 여론을 움직여 당무에 과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 중진의원은 “이 전 대표에게 ‘혁신회의를 해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혁신회의처럼 정치를 그렇게 하는 건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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