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지 않는 주주 분노에…두산 3사 CEO ‘읍소’ 나섰다는데

밥캣·에너빌리티·로보틱스 대표 명의 서한

분당두산타워. (매경DB)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주주들 불만이 식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 분할·합병 대상 계열사 대표들이 주주서한을 통해 주주 설득에 나섰다.

두산밥캣·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두산 3사)는 지난 4일 대표이사 명의의 주주서한을 내고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을 골자로 하는 사업 구조 개편 방안에 관해 설명했다.

주주서한은 각 사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임시 주주총회 참석 대상 주주 명부가 확보되는 5일 서한 발송이 시작될 예정이다. 서한에는 각 사의 사업 환경, 미래 전망 등을 비롯해 이번 사업 재편을 통해 달성하려는 성장 전략 등이 담겼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원전 사업이 전례 없는 호황을 맞았음을 강조하며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마련되는 차입금 감소분(7000억원)과 현금(5000억원) 등을 생산설비 증설에 신속히 투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5년간 연 4기 이상의 대형 원전 제작시설 확보, 연 20기 규모의 SMR 제작시설 확충 등 사업 목표도 덧붙였다.

두산밥캣 분할 시 배당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배당수익은 두산밥캣 영업 실적에 따라 매년 변동할 수밖에 없고 두산에너빌리티가 필요로 하는 투자 재원에도 한참 부족한 수준”이라며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확보하는 1조원을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할 경우 배당수익보다 훨씬 높은 투자수익률로 더 많은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도 최근 글로벌 로보틱스 회사들의 협력·인수·합병 사례를 소개하며 “두산밥캣도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과의 기술적 협력을 추진해오던 중 두산로보틱스와의 통합이 효과적 방안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밥캣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이 두산로보틱스 주식으로 교환되는 것을 두고 “이 주식은 당사와 두산로보틱스가 실질적·경제적으로 결합한 통합법인의 주식”이라며 “주식교환 완료 이후 신속히 합병해 하나의 회사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핵심인 양 사 주식교환 비율에 대해서도 박 대표는 “주식 시장의 시가는 다수 시장 참여자가 회사 가치에 대한 독립적 판단을 근거로 상당 기간 수급에 따라 형성되는 가액”이라며 “양 사 교환 가액은 두 회사 올해 평균주가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해명했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 또한 “두산밥캣과의 통합으로 시너지를 창출함으로써 사업 성장을 가속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북미, 유럽 시장에서 압도적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인프라를 갖춘 두산밥캣과 통합하면 시장 내 고객 접점이 현재 대비 약 30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한편 두산 3사 대표는 사업 구조 개편과 관련해 주주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두산에너빌리티 박 대표는 “이번 사업 구조 개편과 관련해 주주들에게 충분히 사전 설명을 드리지 못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고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도 “주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두산로보틱스 류 대표 역시 “주주 여러분의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두산 3사 대표들은 “이번 사업 구조 개편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의사에 따라 최종 결정되는 것”이라며 “사업 구조 개편이 주주 이익과 회사 성장을 동시에 충족할 좋은 기회라고 믿고 있으며 미래 성장 모습을 감안해서 현명한 의사 결정을 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