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이 아이 3명 살해" 가짜뉴스에, 英 1주일째 유혈시위
영국에서 극우 세력의 무슬림 대상 폭력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지난주 영국에서 어린이 3명이 흉기 난동 사건으로 숨진 것과 관련해 "범인은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가짜뉴스가 퍼지면서다. 출범 한 달 만에 '리더십 시험대'에 오른 노동당 정부는 "폭도들이 후회하게 만들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4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난민 수용시설로 알려진 사우스요크셔주(州) 로더럼의 한 호텔에 700여명의 시위대가 난입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를 막는 과정에서 경찰 1명이 머리를 다치고 의식을 잃는 등 총 10명의 경찰이 부상을 입었다.
이와 관련,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로더럼의 한 호텔을 시위대가 공격했다"며 "이건 시위가 아니라 조직적이고 난폭한 폭력 행위"라고 비판했다. 스타머 총리는 '시위자가 모두 극우냐'는 질문엔 "피부색이나 신앙을 이유로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그것은 극우"라면서 "우리는 무슬림 공동체가 표적이 되고, 모스크(무슬림 사원)와 경찰이 공격당하는 것을 봤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에 직접 가담했거나 온라인상에서 (폭력을) 조장한 뒤 내뺀 모든 사람은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극우 폭력배들(Thugs)을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도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이번 주 휴가 계획을 취소하고 관저에 남아 추가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베트 쿠퍼 영국 내무장관도 X(옛 트위터)에 "법적 무질서와 폭력 행위에 연루된 모든 사람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선포했다.
"13년 만에 벌어진 최악의 폭력시위"
이번 시위는 13년 만에 영국에서 벌어진 최악의 폭력 사태다. 이날 현재 폭력 시위에 연루돼 체포된 사람만 147명에 이른다.
앞서 지난달 30일부터 본격화한 시위 여파로 경찰서·도서관 등이 방화로 불에 타거나 훼손됐고 이슬람 사원도 공격받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영국에서 무슬림에 대한 강간·살해 위협이 5배, 증오범죄 사건은 3배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태가 확산하자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영국에 거주하거나 영국을 여행하는 말레이시아인들은 시위 지역에 접근하지 말라"며 "경계를 늦추지 말고 현지에서 제공하는 지침을 따르라"고 권고했다.
영국 태생인데도 "망명신청자" 헛소문
이번 시위는 지난달 29일 리버풀 인근 사우스포트의 어린이 댄스 교실에 침입한 범인이 흉기를 휘둘러 각각 6·7·9세인 여자 어린이 3명이 숨지고 어른과 어린이 11명이 다친 사건을 계기로 일어났다. 사건 직후 경찰에 체포된 17세 피의자가 '무슬림 망명 신청자', '시리아에서 온 불법 체류자'라는 가짜뉴스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면서 반이슬람·반이민 성향의 극우파가 들고 일어난 것이다.
특히 현지에선 극우 단체인 영국수호리그(EDL)의 공동설립자 토미 로빈슨이 올린 SNS 글이 시위를 촉발했다고 본다. 그는 흉기 난동 사건 후 SNS에 "왜 정부는 무고한 어린이를 찌르라고 이 시리아 사람을 들여보냈는가"라며 "국경을 폐쇄하고 모든 범죄자를 추방하라"고 적었다. 급기야 극우 시위대 사이에선 "우리는 우리나라를 되찾고 싶다"는 구호까지 등장했다.
가짜뉴스가 돌자 법원은 '미성년 피의자의 이름을 비공개한다'는 원칙을 깨고, 이례적으로 신원을 공개했다. 법원 발표에 따르면 피의자는 카디프(웨일스 수도) 태생의 17세 남성 액설 루다쿠바나로, 기독교도가 다수인 르완다 출신 부모를 둔 영국인이다. 다만 그가 어떤 종교를 갖고 있는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의 이 같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계속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흉기 난동 사건에 대한 대중의 공포를 이용해 지역 사회의 긴장을 고조하고 이민에 대한 분노를 조장하는 바람에 이슬람 혐오가 번졌다"고 전했다.
이번 시위가 극우 성향인 영국개혁당의 정치적 약진과도 맞물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개혁당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반이민 정책을 주장하며 지지세를 넓혀왔다.
지난달 4일 조기 총선에서 노동당이 이기긴 했지만, 영국개혁당은 노동당(33.8%), 보수당(23.7%)에 이어 득표율(14.3%) 3위에 올랐다. 사상 처음으로 의석(5석)을 확보해 원내정당이 됐고, '영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도 8수 끝에 하원의원이 됐다. 가디언은 "집권 노동당 내부에선 패라지 대표의 반이민적 발언이 주류 정치의 레토릭에 포함될까 우려가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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