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Y 염색체' 대만 복서 준결승행…상대 선수 'X자 2번' 표시 논란
(엑스포츠뉴스 김준형 기자)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성별 논란에 휩싸인 대만의 복싱 선수 린위팅이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린위팅의 상대는 두 검지로 'X'를 표시하며 말이 안 된다는 행동을 취했다.
린위팅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복싱 여자 57kg급 8강전에서 불가리아의 스베틀라나 카메노바 스타네바를 5-0(30-27 30-37 29-28 29-28 30-27) 판정승으로 물리치고 준결승에 올랐다.
린위팅은 준결승에 진출해 최소 동메달 이상을 확보했다. 복싱은 동메달 결정전을 따로 진행하지 않고 준결승에서 패하는 두 선수에게 모두 동메달을 수여한다.
경기에서 화제가 된 것은 승자 린위팅이 아닌 경기에서 패한 스타네바의 행동이었다. 스타네바는 경기 후 링을 떠나지 않고 두 검지를 교차시켜 'X'모양을 만들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스타네바는 이 행동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묻는 언론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며 "여성을 뜻하는 XX 염색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스타네바를 지도하는 보리슬라프 게오르기에프 코치는 "난 린위팅의 출전을 말할 수 있는 의료인은 아니다. 그러나 린위팅이 (남성 염색체인) XY 염색체를 갖고 있다면, 이곳에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린위팅이 준결승에 오르면서 파리 올림픽 성별 논란에 휩싸인 두 선수가 모두 메달을 획득하게 됐다.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는 4일 복싱 여자 66kg급 8강에서 헝가리의 넌너 루처 허모리를 5-0(29-26 29-27 29-27 29-27 29-27) 판정승을 거뒀다. 칼리프는 최소한 동메달을 확보해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알제리 선수단에 첫 번째 메달을 안겼다.
린위팅과 칼리프는 대회 시작 전부터 출전을 두고 많은 논란을 겪어야 했다. 두 선수는 지난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성별 논란에 휩싸였다.
국제복싱협회(IBA)는 두 선수에게 실격 처분을 내렸다. 우마르 클레믈레프 IBA 회장은 "칼리프와 린위팅은 DNA 검사 결과, XY염색체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선수는 이 대회 전까지 좋은 성과를 냈다. 린위팅은 2022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칼리프도 같은 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메달이 예상됐지만 국제복싱협회가 두 선수의 출전에 제동을 걸었다.
여자는 XX 염색체를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칼리프와 린위팅은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어 출전을 허락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생각은 달랐다. IOC는 지난달 29일 "칼리프와 린위팅은 IOC의 모든 규정을 준수했다"며 두 선수의 대회 출전이 문제없다고 밝혔다.
칼리프와 이탈리아 안젤라 카리니와의 16강 이후 칼리프의 성별이 다시 문제로 제기되자, IOC는 다시 성명을 발표했다.
IOC는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운동할 권리가 있다. 파리 올림픽 복싱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는 대회 출전 자격과 참가 규정, 의료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며 "이번 대회는 이전과 동일하게 '여권'을 기준으로 성별과 나이를 정한다"고 알렸다.
이어 "두 선수는 도쿄 올림픽, IBA가 승인한 세계선수권대회와 각종 국제대회 여자부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이다"며 "둘은 IBA의 갑작스럽고 자의적인 결정의 피해자였다. 두 선수는 2023 세계선수권대회 말미 정당한 절차 없이 실격 처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두 선수에게 억울한 측면은 분명히 존재한다. 린위팅과 칼리프 모두 선천적으로 XY 염색체를 지니고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선수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바꾸거나 남성 호르몬을 투입하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았는데 XY 염색체가 있는 것이다.
린위팅의 8강 상대인 스타네바는 'X' 모양을 그리며 린위팅과의 승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한 것처럼 보였으나 칼리프의 8강 상대인 허모리는 칼리프를 존중하는 인터뷰를 남겼다.
허모리는 "상대 선수에게 단 한마디도 나쁘게 말할 수 없다"며 "지난 며칠은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칼리프를 존경하고 그에게 나쁜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런 상황은 칼리프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는 열심히 싸웠다. 지금의 상황이 절대 나의 올림픽을 망가뜨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린위팅은 8강 경기 후 "이번 대회를 위해 소셜미디어와 주변의 연락을 끊었다"며 "모든 대만 국민이 내 뒤에서 나를 지지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준결승에 오른 두 선수의 파리 올림픽 경기는 계속된다. 두 선수의 잘못이 없음에도 두 선수를 향한 관심은 대회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SNS, 연합뉴스
김준형 기자 junhyong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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