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에 냉방비 폭탄 맞은 학교 "에어컨 끄면 민원…교실 몰아서 자습"

서지원 2024. 8. 5. 1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A중학교 교장은 올여름 전기요금을 확인하기가 두렵다. 5~6월에 전기요금으로 1433만 원을 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1223만 원)보다 200만 원 정도(17.2%)가 더 나왔다. 교실에서 에어컨을 평소보다 일찍 튼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는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 때문에 에어컨을 안 켤 수도 없고, 교실이 쾌적해야 선생님과 학생의 마찰도 적다”며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수록 학교 살림살이는 빠듯해지기 때문에 시설 수리 등을 하고 싶어도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학에도 냉방”…찜통더위에 요금 폭탄 맞은 학교


지난달 29일 여름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이 부산 해운대구 교육지원청 스포츠교육센터에서 ‘펜싱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송봉근 기자
여름철 ‘전기요금 폭탄’에 대한 각 학교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때 이른 폭염에 초여름부터 에어컨을 풀가동했기 때문이다. 방학을 맞은 이달에도 극심한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에어컨을 끄기가 쉽지 않다.

서울 강남구 B초등학교 교장은 “여름방학에도 방과 후 활동과 학교 업무를 위한 기본적인 냉방이 필요하다”며 “학기 중처럼 전체적인 냉방은 아니어도 전력 소비를 큰 폭으로 줄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학교는 학교 기본 운영비의 10%가 넘는 금액인 연 8000~9000만원을 전기요금으로 내고 있다.


“덥거나 추우면 민원…교실 몰아서 자습”


교실 에어컨을 점검하는 학교 관계자 자료 사진. 연합뉴스
과거에는 학교가 냉난방기를 중앙에서 통제하면서 여름에는 ‘찜통 교실’, 겨울에는 ‘냉골 교실’이 문제가 됐다. 요즘에는 이런 방식의 에너지 절약이 어렵다고 한다. 인천 지역의 한 고교 교장은 “교실이 춥거나 더우면 곧바로 학부모 민원으로 이어지고, 복도나 교실에 전등을 끄면 안전사고가 걱정된다”며 “이런 사정을 따지다 보면 학교가 공공요금을 아낄 수 있는 방안은 마땅치 않다”고 했다.

이런 현실 속에 학교의 전기요금 부담은 최근 2년 새 50% 가까이 급등했다. 지난해 전국 공립 유치원, 공·사립 초·중·고와 특수학교가 낸 전기요금은 총 6969억 원으로 2021년(4758억 원)보다 2211억 원(46.5%) 늘었다. 지역별로는 제주(52.9%)에 이어 세종(51.9%), 경기(49.8%), 부산(49.2%) 등에서 증가율이 높았다.

학교들은 자구책을 찾고 있다. 대전의 한 고등학교 교장은 “이 주변 학교들은 자율 학습을 각 반에서 에어컨을 켜고 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을 한 교실에 몰아서 시킨다”며 “전기요금은 지난해 이미 올랐고 다른 물가도 비싸졌기 때문에 올해 공공요금이 작년과 비슷하게만 나와도 학교 입장에선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교육용 요금 낮추자” “전력 효율 높이는 게 합리적”


전기요금 청구서 자료 사진. 연합뉴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늘봄교실이 확대되고 AI(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면 초등학교의 공공요금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이정우 한국초등교장협의회 회장(서울 대치초 교장)은 “전자기기 충전이나 냉난방에 필요한 전력 수요가 커질 것이고, 학생들의 쾌적한 생활을 위해 도시가스·상하수도 사용량도 매년 많아지는 추세에 있다”며 “공공요금에 대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이에 지난해 기준 kWh당 138.8원인 교육용 전기요금 판매단가를 농사용(75.1원) 수준으로 낮추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한국전력공사(한전)의 40조 원대 누적적자를 해소하려면 전기요금을 인하할 여력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한전 관계자는 “2014년부터 교육용 전기요금에 특례할인을 적용해 이미 요금이 낮은 수준이며, 추가 인하는 전력 다소비 등 비효율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교육용 전기요금을 낮추면 그 부담을 다른 주체가 져야 하는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각 학교에서 한전의 전력 효율화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노후 장비 교체, 태양광 발전기 설치 등 전력 효율을 높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