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말라더니 金 벌써 10개…"체육회, 무능하거나 면피였거나"
파리올림픽에 참가 중인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이 4일 기준 10번째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당초 전망한 예상 성적을 크게 뛰어넘었다. 기대 이상의 성과에 대해 안팎의 찬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대한체육회의 판세 분석 역량에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한국은 파리올림픽에서 4일까지 10개의 금메달을 가져오며 승승장구 중이다. 금메달 13개로 역대 최고 성적을 낸 지난 2012년 런던대회 이후 12년 만에 금메달 두 자릿수를 다시 찍었다. ‘전통의 효자 종목’ 양궁이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혼성전까지 석권하며 5개의 금메달을 싹쓸이 했다. 사격에서도 여자 권총 25m(양지인)와 여자 공기권총 10m(오예진), 여자 공기소총 10m(반효진)에서 총 3개의 금메달이 나왔다. 펜싱은 사브르 남자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했다. 대회 일정이 절반을 갓 넘어선 상황인 만큼, 금메달 개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런던에서 작성한 역대 최다 금메달 기록을 뛰어넘지 못 하더라도 역대 최다 메달 신기록은 유력하다”고 입을 모은다. 5일 오전 기준 한국 선수단은 총 24개의 메달(금10·은7·동7)을 따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기록한 종전 최다 기록 33개(금12·은10·동11)와 9개 차다. 안세영이 배드민턴 여자 단식 은메달을 확보한 만큼 다른 종목에서 9개를 보태면 신기록을 세울 수 있다. 태권도(박태준), 근대5종(전웅태), 브레이킹(김홍열), 사격 남자 속사 권총(송종호·조영재), 육상 높이뛰기(우상혁), 수영 여자 다이빙(김수지), 역도(박혜정), 여자 골프 등에서 금메달까지 포함해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당초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우리 선수들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찬사 못지않게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함께 나온다. 체육회가 목표치를 지나치게 낮게 제시한 탓에 우리 선수들이 파리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대표팀이 2000년대 들어 가장 저조한 성적에 그칠 것이라는 체육회 전망이 나온 이후 올림픽에 대한 안팎의 기대감이 뚝 떨어졌다. 지난달 27일 파리올림픽 개막식 시청률은 생중계한 지상파 3사를 합쳐 3.0%에 그쳤다. 3년 전 도쿄대회 시청률(17.2%)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시차 등을 감안하더라도 대회 개막 직전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이 낮았던 게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후 우리 선수들의 잇단 선전과 함께 올림픽 열기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서 시청률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지난 4일 김우진이 출전한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의 경우 시청률 1위에 오른 MBC 한 곳만 18.3%(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체육회의 전망이 크게 빗나간 건 두 가지로 분석 가능하다. 우선 선수들 개개인과 종목별 역량을 평가하는 시스템 자체가 잘못 설계됐을 가능성이 있다.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는 “당초 전망과 비교해 금메달 개수가 2~3개 정도 차이 날 순 있지만 두 배 이상으로 벌어진 건 문제가 있다”면서 “우리 선수들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선수들의 경쟁력 분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체육회가 다른 의도를 가지고 목표치를 낮춰 잡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동호 평론가는 “체육회는 이전 대회인 도쿄올림픽부터 ‘엘리트 체육의 위기’ 운운하며 우리 선수단의 예상 성적을 낮춰 잡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급 변수가 있었던 도쿄를 예외로 두면 대한민국 선수단은 꾸준히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체육회가 올림픽 전망을 비관적으로 제시해 엘리트 체육 예산 확충을 위한 볼모로 쓰려 한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2일 “파리올림픽 성적 예측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지난해 해병대 훈련 등을 통해 여러 종목 선수들과 지도자들의 사이가 끈끈해지면서 ‘원 팀 코리아’ 문화가 생긴 것이 기대 이상의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이라 주장했다.
원인이 어느 쪽이든 ‘목표 설정 오류’에 대해 체육회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파리올림픽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방송사와 기업 등 ‘올림픽 특수’를 기대한 여러 분야에서 유·무형의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방송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인기 종목인 남자 축구와 여자 배구 등이 탈락한 상황에서 본선 전망마저 어둡게 나와 대회 전 홍보와 광고 유치에 애를 먹었다”면서 “분석이 잘못된 것이라면 무능이고 일부러 목표치를 과도하게 낮춘 것이라면 고의적인 면피다. 양쪽 모두 비판 받아 마땅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지훈 기자, 파리=김효경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저 말 들어야 해?" 윤 터졌다…'형' 부르던 박범계의 훈시 | 중앙일보
- '한예종 전도연' 임지연, 술집 마담됐다…내연남 애인한텐 "언니!" | 중앙일보
- 새벽 4시 목격한 끔찍 장면…내 아내는 우울증입니다 | 중앙일보
- 황정음, 김종규와 14일만에 결별…"좋은 지인 관계로 남기로" | 중앙일보
- 모두 메달 들었는데, 오상욱·도경동만 빈손…금메달은 어디에? | 중앙일보
- "관중석서 강제 입맞춤"…딸 금 딴 날, 아빠는 성추문 먹칠 | 중앙일보
- 임애지, 한국 여자복싱 첫 메달에도 "동메달 따기 싫었어요" | 중앙일보
- 신유빈 품격에 일본도 반했다…"실력·예의 다 갖췄다" 찬사 | 중앙일보
- "당장 삼성폰 사겠다" 분노한 태국…결국 사과한 애플, 무슨일 | 중앙일보
- '대흥사 벚꽃길' 내년부터 못 본다…'땅끝마을' 해남에 무슨 일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