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에서 실수요자 매수로…40대 아파트 매입 비중 30% 돌파

백민정 2024. 8. 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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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에 아파트 단지들이 보이고 있다. 뉴스1

올해 서울 집값이 들썩거리며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40대의 매수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몇 년 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대표되는 30대의 아파트 매수세가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던 데서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5일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매입자 연령대별 매매 거래를 보면 올해 상반기(1~6월) 40대의 아파트 매입은 7724건으로 전체 거래량의 31.2%를 기록했다. 2019년 해당 통계가 발표된 이후 반기 기준으로 40대의 아파트 매입 비중이 3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여전히 30대(8062건·32.5%)였지만 40대 매입 비중과 불과 1.3%포인트 차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 30대가 비중 있게 등장한 건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던 2019년쯤부터다. 당시 서울 아파트 가격 연간 상승률이 20%씩 치솟자 30대를 중심으로 ‘패닉 바잉’이 휘몰아쳤다. 모아둔 자금은 많지 않은데 ‘이러다 영영 집을 살 수 없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신용 대출 등 무리하게 자금을 동원해 갭 투자로 아파트를 사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2019년 하반기(7~12월)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30대가 29.8%로 40대(29.2%)를 근소하게 앞서기 시작해 2021년 하반기엔 30대의 매입 비중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36.4%에 이르렀고, 40대는 26.6%로 두 연령대 간 격차가 1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하지만 2022년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며 두 연령대 간 격차가 다시 좁혀지고 있다. 고금리에 영끌이 어려워지고, 30대가 주로 샀던 서울 외곽은 집값 하락까지 겹치면서 30대의 아파트 매수세가 확연히 줄어든 것이다. 작년 하반기에 30대의 아파트 매입 비중은 33.3%로 떨어졌고, 올해 들어 32.5%로 더 내려왔다.

김주원 기자


반면 40대 이상 기성세대는 올 초 아파트값이 바닥을 치고 오르기 시작하고,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내리자 본격 매수에 나서는 모양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40대는 3~4년 전엔 관망했지만 그동안 아파트 급등락을 보며 어느 정도 학습효과를 거쳤다”며 “30대에 비해 모아둔 자금이 있고, 금리가 내리자 똘똘한 한 채를 구입하거나 갈아타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7월 시행 예정이던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9월 1일로 연기되면서 대출이 축소되기 전에 집을 사려는 매수자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7423건으로 2020년 12월(7745건)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7월 거래량도 이날 기준 5340건으로 신고 기한이 한 달 가까이 남은 만큼 6월 거래량에 육박하거나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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