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1동1' 아름답게 마무리된 이우석의 첫 올림픽

양형석 2024. 8. 5.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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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2전3기 끝에 출전한 첫 올림픽에서 금1동1 수확한 양궁 이우석

[양형석 기자]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2008 베이징 올림픽 8관왕을 포함해 올림픽에서만 무려 23개의 금메달을 따낸 올림픽의 전설이다. 손가락과 발가락에 올림픽 금메달을 각각 하나씩 걸어도 3개가 남을 정도. 펠프스는 2004 아테네 올림픽부터 2016 리우 올림픽까지 4번의 올림픽에 연속으로 출전했고 출전했던 모든 올림픽에서 최소 4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내는 괴력을 선보였다.

펠프스처럼 올림픽 출전과 금메달 획득이 당연한 선수도 있지만 선수 생활 내내 한 번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선수도 수두룩하다. 실제로 한국 남자농구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최근 7번의 올림픽에서 한 번도 지역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서장훈과 김주성,양동근,오세근 같은 KBL의 쟁쟁한 스타 선수들조차 커리어 내내 한 번도 올림픽 본선에 나서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 어떤 종목보다 선발과 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양궁 역시 '국가대표 선발전이 올림픽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게 지난 두 번의 올림픽에서 아쉽게 낙마했던 선수가 파리 올림픽에서 생애 첫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 하나와 동메달 하나를 따내는 값진 성과를 만들었다. 세계최강 양궁 남자 대표팀의 든든한 둘째 이우석이 그 주인공이다.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독일의 플로리안 운루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 이우석이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
 
두 번이나 좌절된 이우석의 올림픽 도전

수십 년 동안 세계 최강의 전력을 유지하는 만큼 대한민국 양궁의 국가대표 선발 과정은 대단히 복잡하고 까다롭다. 남녀부 각 1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해 1차 선발전을 치러 상위 64명을 선발하고 2차 선발전 1~3회전을 통해 절반을 걸러내고 4,5회전을 치러 20명이 최종 선발전에 출전한다. 3차 선발전에서는 1,2회전에서 12명을 선발하고 3,4회전을 통해 남녀 각 8명의 국가대표가 탄생한다.

선발전을 통해 국가대표에 선발된 16명의 선수들은 한 해 동안 치러지는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한다. 특히 올림픽이 있는 해에는 또 한 번의 경쟁을 거쳐 상위 3명 안에 포함돼야만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다. 스포츠 팬들이 올림픽에서 보는 국가대표 양궁 선수들은 그 까다로운 선발전을 뚫고 상위 3명에 포함된 선수라는 뜻이다.

게다가 대한양궁협회는 지난 2021년부터 기존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1,2차 선발전을 면제 시켜주는 혜택을 없애고 모든 선수들을 공정하게 경쟁시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던 안산과 강채영, 장민희가  파리 올림픽 선발전에서 모두 낙마하는 이변이 일어나기도 했다. 매년 아쉬운 탈락자가 나오는 것은 한국 양궁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인천체고 2학년이던 2014년 처음 국가대표에 선발된 이우석은 2015년에도 2위로 대표팀에 선발되며 리우 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정작 리우 올림픽이 열렸던 2016년 대표 선발전에서는 4위를 기록하며 한 끗 차이로 첫 올림픽 출전기회를 놓쳤다. 그리고 김우진과 구본찬,이승윤으로 구성된 남자 양궁 대표팀은 리우 올림픽에서 역대 처음으로 개인전과 단체전을 휩쓸었다.

철치부심한 이우석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하지만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19로 올림픽이 1년 연기됐고 대한양궁협회는 선발전을 다시 치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우석은 다시 열린 선발전에서 김우진과 오진혁, 김제덕에 밀려 다시 한 번 도쿄행 티켓을 따지 못했다. 이우석이 두 번 연속 좌절하는 동안 한국 양궁은 도쿄 올림픽 5종목 중 남자 개인전을 제외한 4종목을 휩쓸었다.

단체전 '하드캐리' 이어 개인전도 동메달

두 번 연속 올림픽 출전이 아쉽게 무산됐지만 이우석은 좌절하지 않았다. 작년 선발전 1위를 차지하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이우석은 임시현과 짝을 이룬 혼성 단체전에서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고 오진혁, 김제덕과 함께 출전한 남자 단체전에서도 인도에게 승리하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이우석은 올해도 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후 파리 올림픽에 출전할 최종 3인에 선발됐다.

사실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선수가 올림픽에 첫 출전하면 지나치게 긴장을 하면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한국 양궁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고 이우석 역시 한국 양궁 선수였다. 이우석은 단체전에서 한국의 첫 사수로 나서 안정된 슈팅으로 기선을 제압하는 역할을 담당했고 결승전에서는 6발을 모두 10점에 명중 시키며 남자 단체전의 올림픽 3연패를 견인했다.

랭킹 라운드에서 공동 3위에 해당하는 681점을 쏘고도 10점 수가 부족해 5위를 기록한 이우석은 개인전에서도 순항을 이어갔다. 특히 16강에서는 12발 중 11발을 10점에 맞추는 완벽한 슈팅으로 6-0 완승을 거뒀고 8강에서도 도쿄 올림픽 개인전 은메달을 땄던 '난적' 마우로 네스폴리(이탈리아)를 6-4로 꺾었다. 그리고 이우석은  준결승에서 대표팀 선배 김우진과 결승 진출을 놓고 '진검승부'를 펼쳤다.

이우석은 4세트까지 5-3으로 앞서가며 승기를 잡았지만 5세트를 27-29로 내주며 슛오프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우석은 슛오프에서 9점을 쏘며 10점을 쏜 김우진에게 패했다. 자칫 4강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인 선수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집중력을 잃고 자멸하는 경우를 볼 수 있지만 이우석은 오히려 밝은 표정으로 경기를 즐겼고 독일의 플로리안 운루를 6-0으로 꺾고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우석은 동메달이 확정된 후 어린 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박성수 감독의 품에 안겼다. 이우석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우진이 형이 결승에 진출한 후 동메달 결정전을 즐기려 했고 경기가 끝난 순간 정말 기뻤다"며  소중한 개인전 동메달을 자랑했다. 물론 이우석이 2028 LA올림픽에 출전하려면 또 다시 엄청난 선발전을 치러야겠지만 파리를 수놓았던 이우석의 인상적인 활약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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