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윤의 야구 본색] '지명권 달라' 한화와는 다른 키움의 미국식 리빌딩
배중현 2024. 8. 5. 11:49
올 시즌 프로야구 후반기 일정을 시작할 때 최대 관심사는 마무리 투수 조상우(키움 히어로즈)의 거취였다. 순위 싸움이 어느 해보다 치열하게 전개돼 구단마다 불펜 운영에 어려움이 작지 않다. 7월 말로 예정된 트레이드 마감일에 앞서 키움이 조상우를 트레이드로 카드로 사용할지 여부가 흥미로웠다. 결과적으로 트레이드는 불발됐다.
A 구단 관계자는 "여러 팀이 조상우 트레이드에 관심 있었지만 키움의 요구 조건을 맞추기 어려웠다"고 귀띔했다. 그도 그럴 것이 키움은 지난 5월 내야수 김휘집을 NC 다이노스로 트레이드하면서 2025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 2장(1·3라운드)을 받았다. '인기 매물' 조상우의 트레이드 대가가 더 높을 거라는 건 불 보듯 뻔했다. 실제 이런 이유로 트레이드가 결렬됐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키움은 주축 선수를 트레이드하고 지명권을 받는 방식으로 리빌딩에 들어간 모습이다. 신인 드래프트는 총 11라운드까지 11명을 지명할 수 있는데 핵심은 1~3라운드. 키움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도 3라운드 이내 6명을 지명할 수 있다. 그런데 지명권을 더 늘리려고 했다. 왜 그런 걸까. B 구단 관계자는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단언했다.
그는 "최상위 지명자라고 해도 프로에서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며 "긁을 복권이 여러 장 있으면 당첨 확률이 올라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전체 1순위 지명자라도 실패할 수 있는 게 프로의 세계. 또 성공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위 지명권을 최대한 모아 성공 확률을 올리고 자연스럽게 리빌딩 완료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게 키움의 계획으로 보인다.
키움의 행보는 2021년부터 리빌딩에 들어간 한화 이글스와 대조적이다. 한화는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과 최원호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3년 6개월 동안 총 6번의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그런데 트레이드 모두 유망주 확보와 거리가 멀었다. 긁을 복권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팀의 주축으로 성장한 유망주도 손에 꼽을 정도. 결국 호언장담했던 리빌딩이 원활하지 않았다.
반면 키움은 2022년부터 한화와 같은 6번의 트레이드를 진행, 주축 선수를 내주고 유망주나 신인 지명권을 집중적으로 수집했다. 포수 박동원(2022년 KIA 타이거즈) 투수 최원태(2023년 LG 트윈스) 포수 이지영(2024년 SSG 랜더스) 등 주전 선수를 차례로 내주는 출혈을 감수하고 리빌딩의 토대를 마련했다. 최원태의 대가인 이주형은 이미 팀의 간판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이정후(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이어 김혜성마저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메이저리그(MLB) 문을 노크한다. 그런 상황에서 김휘집까지 트레이드로 보냈으니 과감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C 구단 관계자는 "올해 신인 드래프트 대상자 중에 좋은 내야수가 많다"며 "그들로 김휘집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MLB에서는 리빌딩에 들어간 팀이 주전 선수를 내주고 마이너리그 유망주를 받는 트레이드가 활발하다. 유망주라는 복권을 여러 장 얻어 팀 재건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의도. 키움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이런 움직임은 팬층을 확장하는 데는 부정적이다. 어제까지 팀의 주축으로 활약하며 애정을 쏟은 선수가 다른 팀으로 떠나는 것을 보는 건 팬들에게 때론 가혹할 수 있다. 탄탄한 모기업이 없는 키움이 겪는 원초적인 '비애'에 가깝다.
야구 칼럼니스트
정리=배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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