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명문대생 '마약 동아리' 발칵…"호텔 풀파티" 모여 집단투약

이영근 2024. 8. 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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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남수연 부장검사)는 친목 목적의 대학생 연합동아리를 이용해 대학가에 마약을 유통한 동아리 회장 A씨(30대) 등 대학생 총 14명을 적발했다고 5일 밝혔다. 주범을 포함한 일부 재학생은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희동 남부지검 1차장검사가 사건 브리핑을 하는 모습. 뉴스1


서울대·고려대 등 수도권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연합 동아리를 조직해 마약을 유통·투약한 대학생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주범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 남수연)는 주범 동아리 회장 30대 A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대마), 특수상해,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무고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동아리 임원 등 20대 회원 등 3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고, 2명은 불구속기소됐다. 투약만 했던 대학생 8명은 전력·중독 여부·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됐다. 이들은 서울·경기·인천 소재 13개 대학에 재학 중이었다.

A씨는 지난 2021년 친목 동아리를 만든 뒤 대학생이 자주 사용하는 에브리타임·캠퍼스픽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외제차와 고급 호텔·최고급 식당·뮤직 페스티벌 등을 무료나 저가로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주요 대학 재학생들을 직접 면접해 선발했고, 고급 호텔 등에서 파티와 술자리를 열어 학생들을 현혹해 회원 수 약 300명, 전국 규모 2위 동아리를 만들었다. 회비가 10만원에 불과해 진입 장벽을 낮춘 것도 단기간에 동아리를 키운 요인이었다.

SKY 등 수도권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연합 동아리를 조직해 마약을 유통·투약한 대학생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주범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이들은 호텔, 놀이공원, 클럽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LSD 등 마약을 투약했다. 서울남부지검 제공


A씨는 B·C씨 등 임원과 참여율이 높은 회원을 선별한 뒤 별도 행사에 초대해 술을 마시면서 경계심이 흐트러지면 액상 대마를 권했다. 이어 회원들은 사일로사이빈(환각 버섯)·필로폰 등 점점 중독성이 강한 마약을 단계적으로 접했다. 이외에 MDMA(엑스터시)·LSD·케타민 등도 클럽·놀이공원·호텔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투약했다. A씨 등은 “LSD가 우울증과 중독 등에 효과가 있다”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투약을 권했다고 한다.

A씨는 또 남성 회원들과 유흥업소 여성 종업원들을 고급 호텔 스위트룸에 초대해 집단으로 마약을 하거나, LSD를 기내수하물에 넣어 제주·태국 등 해외로 운반해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처음 마약에 손을 댄 시점은 2022년 11월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호기심에 마약을 투약했다는 A씨는 점차 수익화를 꾀했다. 우선 텔레그램 업자들로부터 ‘던지기(주택가 등에 마약을 숨겨 놓으면 찾아가는 방식)’ 방식으로 동아리 임원들과 마약을 공동 구매했다. 마약 1개 당 평균 10만원에 구매한 뒤, 이를 회원들에게 1개당 15~20만원에 파는 식으로 차익을 남겼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텔레그램, 암호 화폐를 이용했다. 이렇게 A씨 등이 지난해 1년간 암호 화폐로 거래한 마약 매매대금은 최소 1200만원에 이른다. 검찰 관계자는 “추적이 어려운 무통장 입금, 현금 거래, 자금 세탁 거래 금액 등은 제외한 것으로, 가상 화폐 거래액은 빙산의 일각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당초 A씨는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무렵 한 호텔에서 단순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A씨와 LSD를 투약한 여자친구가 ‘배드트립(Bad trip)’을 겪으면서 호텔에서 난동을 부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배드트립은 마약 투약량을 늘리면서 불안·공포 등 불쾌한 느낌을 겪는 현상이다.

그런데 검찰은 앞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던 A씨의 계좌 거래 내용에서 수상한 정황을 포착했다. 회원으로 추정되는 이들로부터 거의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금액을 연거푸 송금받은 흔적이 보였다. 수사를 맡은 이영훈 검사는 “술자리 금액 등을 나눠내는 일명 ‘N빵’이라고 보긴 어렵고 마약을 같이 샀거나 팔았다는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검찰은 A씨 등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계좌·가상자산 거래내용 등을 추적한 결과 이번 사건의 전모를 밝혀냈다.

SKY 등 수도권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연합 동아리를 조직해 마약을 유통·투약한 대학생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은 해당 연합동아리 홍보물 내용. 서울남부지검 제공


검찰은 A씨의 추가 범행도 밝혀냈다. A씨는 지난해 4월 동아리에서 교제한 피해자 D씨(24)가 다른 남성 회원과 어울렸다는 이유로 D씨를 수차례 때리고, 성관계를 촬영한 영상을 이용해 협박했다. 그는 또 지난해 4월 마약 매수대금을 전송한 가상화폐 세탁업자가 자신의 마약 매매·투약 사실을 신고하려 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세탁업자가 사업자금을 빌려 가 갚지 않는 것처럼 무고하기도 했다.

A씨는 또 마약에 취해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수차례 제한속도를 넘겨 난폭 운전해 30여 차례, 총 250만원의 범칙금 과태료가 부과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동아리 아지트’로 사용되던 서울 소재 한 아파트에서 한 여성 회원을 강간한 뒤 협박한 혐의로 지난 2022년 7월 경찰에 고소당한 적도 있다. 강간 혐의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를 받았지만, 협박 혐의는 인정돼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은 A씨의 전자지갑을 동결했고, 고급 오피스텔 등 책임재산을 국고 환수할 예정이다.

SKY 등 수도권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연합 동아리를 조직해 마약을 유통·투약한 대학생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마약 관련 대화를 나눌 때 약자(LSD=엘)만 사용하는 등 은밀을 기했다. 서울남부지검 제공

검거된 대학생 중 일부는 법학적성시험(LEET)이나 의·약대 재입학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기소유예된 8명에 대해선 법무부·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사법-치료-재활’ 연계 모델에 참여하는 조건을 달았다. 남부지검은 동아리 회원을 추가 수사하는 한편, 먼저 붙잡힌 이들에게 범죄집단조직죄를 적용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마약 범죄의 직접 수사권이 없어 수사 환경이 원활하지 않다”면서도 “대학생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마약 범죄가 퍼진 만큼 경찰과 긴밀히 협조해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마약 범죄를 끊어내기 위해 역량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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