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팅 로봇·다중 카메라…‘현대차 첨단기술’ 양궁 싹쓸이의 비결

우수연 2024. 8. 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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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 로봇 접목 개인 훈련용 로봇 개발
주차 360도 뷰 모니터, 야외 훈련용 카메라로
하반기 AI기반 영상 모션 증폭 기술 개발 목표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팀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전 종목을 석권했다. 우리나라 양궁이 금메달 5개를 포함해 사상 최초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숨은 조력자가 있다. 1985년부터 40년간 대한민국 양궁을 후원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연구개발(R&D) 역량을 통해 양궁 선수들의 과학적인 훈련을 위해 첨단 기술을 지원해오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사진 가운데 회색 티셔츠)과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 선수단, 양궁협회 관계자들이 지난 4일(현지시간) 파리 대회 전 종목 석권 직후 손가락 다섯개를 펼쳐보이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대한양궁협회]

전기차 충전 로봇 기술…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

우선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기술뿐만 아니라 로봇 분야에서도 연구개발(R&D) 역량이 상당하다. 이를 활용해 현대차그룹은 양궁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을 개발했다. 상대 선수가 없이도 언제나 실전에 대비한 시뮬레이션 경기를 해볼 수 있는 장치다.

슈팅 로봇은 실시간 제어 소프트웨어와 풍향, 온·습도 센서 등을 이용해 외부 환경 변수를 측정한 이후 조준점을 정밀하게 보정하며 명중률을 높인다. 바람의 영향 외에는 오차 요소가 거의 없어 평균 9.65점 이상의 명중률을 확보했다. 또한 고성능 컴퓨터를 활용해 신속한 장비 응답성을 확보해 실제 경기 규정(20초) 시간 내에 신속한 조준과 발사가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사진=대한양궁협회]

현대차그룹은 슈팅로봇 개발에 현대차의 전기차 자동충전 로봇 기술을 차용했다. 전기차가 자동충전을 하려면 충전구를 열고 카메라로 소켓을 인식한 이후 충전 커넥터를 소켓에 알맞은 힘과 방향으로 꽂아야 한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이 활을 조준하고 쏘는 양궁과 비슷하다.

여기에 착안해 현대차그룹은 양궁 훈련용 슈팅 로봇 개발에 성공했다. 이 로봇은 7월 초 진천선수촌에서 진행된 국가대표 2차 스페셜 매치에 투입되는 등 파리 대회 직전에 선수단의 실전 감각을 올리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360도 서라운드 뷰 모니터…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로 재탄생

자동차에는 주차 보조기능인 '360도 서라운드 뷰' 모니터 기능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기능에서 착안해 선수들이 개인 훈련에서 자신의 슈팅 자세를 파악할 수 있는 '야외 훈련용 다중 카메라'를 만들었다.

이 장비는 머리 위와 정면의 두 개 각도에서 선수를 촬영한 피드백 영상을 모니터에 분할 출력한다. 이를 통해 선수가 자신의 자세를 다각도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한다. 실제 선수의 동작과 피드백 영상 간의 시간 차이를 0초부터 9초 전까지 설정할 수 있으며, 4단계로 천천히 보기 기능을 지원해 슬로우 모드로 자세를 분석할 수도 있다.

야외 훈련을 고려해 이동이 편리하도록 오프로드용 바퀴도 달려있으며, 강한 햇빛 아래 디스플레이의 시인성을 확보하기 위해 1500nit(1nit는 촛불 하나 밝기)의 최대 밝기를 지원하는 35인치 고휘도 산업용 모니터를 탑재했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야외 훈련용 다중 카메라[사진=대한양궁협회]

원하는 장비는 3D 프린터로 뚝딱

자동차 개발 분야에서는 원하는 물건을 3차원으로 찍어내는 3D 프린터가 널리 사용된다. 현대차그룹은 선수마다 최적화된 장비를 생산하기 위해 3D 프린터를 적극 도입했다.

우선 맨눈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활의 파손을 점검하기 위한 휴대용 활 검증 장비가 투입됐다. 활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선 화살의 장력(줄을 당길 때 생기는 복원력)을 측정해야 하는데 기존의 장력 측정기는 크고 무거웠다. 소형 간이 측정기는 정밀성이 떨어진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접이식으로 부피를 줄이고 성능은 유지하는 휴대용 장력 측정기를 제작했다. 3D 프린터로 주요 부품을 제작해 기존 장비 대비 무게를 크게 줄였다. 덕분에 선수들은 실전 경기 직전에도 경기장에 휴대용 활 검증 장비를 구비해 상시 장비 점검이 가능해졌다.

3D 프린팅 기술이 접목된 또 다른 장비는 선수 맞춤형 그립이다. 통상 화살의 몸체 부분을 잡는 손잡이(그립)는 선수마다 개인의 손에 맞도록 손질을 해야 하는데, 현대차그룹은 이를 아예 3D 프린터로 선수에 손에 꼭 맞도록 제작했다. 또한 강성과 내마모성이 우수한 알루마이드 소재를 활용해 가볍고 미끄러짐이 적은 그립 장비를 개발했다.

현대차그룹이 3D 프린팅 제작 기술을 지원해 만든 양궁 선수 맞춤형 그립[사진=대한양궁협회]

AI기반 영상 모션 증폭 기술, 올 하반기 개발 완료 목표

현대차그룹은 앞으로의 양궁 경기를 위한 기술 개발에도 계속해서 매진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 개발 완료를 목표로 'AI 기반 영상 모션 증폭 기술'의 연구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이 기술은 육안으로 잡아내기 힘든 미세한 장비의 결함을 인공지능(AI)을 통해 찾아낸다. 양궁 경기에서 활을 쏠 때 여러 장비의 움직임을 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이후 AI를 활용해 미세한 떨림을 포착하고 장비의 성능을 점검할 수 있다.

양궁협회는 바람을 비롯한 외부 변수가 작용할 때 활의 조준점을 얼마나 조정해야 하는지 판별하는 오조준 훈련에도 이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고속카메라로 촬영한 슈팅 영상을 AI로 분석해 활의 조준점 위치와 과녁 상의 결괏값을 비교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바람이 불 때 직감에 의존에서 조준점을 변경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얼마나 오조준해야 과녁의 중앙을 쏠 수 있게 되는지 객관적인 정량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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