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티메프 등 비상장 'PG사'에 외감법 적용 강화 추진

금융당국, 비상장 '별도 카테고리' 마련 등 제도 개선 검토
소비자·판매자 등 이해관계자 다수인 점 고려
'외부감사 의무' 티몬, 2023년 감사보고서 無…올해 주총 안 열어
작년까지 3~4월 주총 열고, 감사보고서 제출
현행 외감법, '정기주총 종료 후 14일 이내 제출' 규정 뿐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킨 티몬·위메프와 같은 전자금융업자에 대해 강화된 외부감사법 기준과 절차를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의 거래를 중개하고 결제를 대행하면서 수천억원대 정산금을 미지급한 티몬이 경영 상황이 악화된 올해 들어서는 정기 주주총회를 열지도 않고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나, 정작 감독당국은 이렇다 할 조치를 할 수 없는 제도적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비상장 기타법인인 티몬, 위메프 등 e커머스업체면서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PG사)인 기업의 감사보고서 제출 기준과 절차를 보다 강화하는 제도 개선을 검토한다. 주총 개최, 사업보고서 제출, 감사보고서 제출 등 일련의 과정을 규율하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부감사법)' 등 관련 법규를 개선해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이 적시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 2일부터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추가 대응 방안과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자 34명의 내부 인력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현행법은 티몬이 포함된 비상장 기타법인에 영세한 기업이 적지 않아 상장회사보다 상대적으로 약하게 규율하고 있다"면서 "(주총, 사업보고서, 감사보고서 등이) 과거 대비 현저하게 지연되더라도 금감원이 이를 강제할만한 규정이 없었지만, 이번 사태로 제도 개선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티몬은 비상장 기타법인 내에서도 규모가 커 외부감사 의무를 따라야 하는 기업이었다. 현행 외감법은 자산 120억원 이상, 부채 70억원 이상, 매출액 100억원 이상, 종업원 100인 이상 등 정량 조건 중 2가지를 충족하면 회계법인을 선임해 외부감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티몬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안진, 삼정, 한울, 삼정회계법인을 외부감사인으로 선임해 매년 4월 중 감사보고서와 연결감사보고서를 제출해왔다.

그러나 티몬은 올해 정기 주총을 개최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감사보고서 역시 제출·공시하지 않았다. 현행 외감법은 외부감사 의무를 따라야 하는 비상장 기타법인의 감사보고서를 정기 주총 종료 후 14일 이내에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정기 주총을 개최하지 않으면 외감법상 감사보고서를 제출 기한도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상장법인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할 수 있는 매우 중대한 절차다.

위메프·티몬의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29일 서울 강남구 티몬사옥이 폐쇄되어 문이 굳게 잠겨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일각에서는 티몬의 재무건전성이 갈수록 나빠지고 계속기업으로 존속 가능성이 극히 낮아진 상황에서 충분한 정보제공이 이뤄지지 않아 통상적인 외부감사가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4월 중 감사보고서 공시로 회사 내 재무와 영업 상황이 외부에 일찍 알려지는 부담을 피하기 위한 시도였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다수의 소비자와 판매자가 연계된 PG사의 특성을 반영해 별도의 분류체계를 만들어 해당 기업들을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규모가 큰 PG사는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고, 온라인 상거래 구조상 이해관계자가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하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영세한 비상장 법인까지 일괄적으로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비상장 기업에 대한 카테고리 재분류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해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