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밸류업 컨트롤타워가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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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금융위원회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가이드라인 확정안을 발표한 지 두 달이 지났다.
그러나 지난달 말까지 밸류업 공시를 발표한 기업은 11곳뿐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최근 민주당의 '코리아 부스터 프로젝트'가 공개되자 "정부·여당 중심의 밸류업 추진 열기가 식고 심지어 밸류업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도 많다"고 꼬집기도 했다.
민·관 위원들이 참여하는 '기업 밸류업 자문단'도 '자문단'이라는 이름을 넘어 위원회 형태로 격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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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금융위원회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가이드라인 확정안을 발표한 지 두 달이 지났다. 그러나 지난달 말까지 밸류업 공시를 발표한 기업은 11곳뿐이다. 게다가 이중 절반가량이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금융지주다. 5대 그룹(삼성·SK·현대차·LG·포스코)을 포함한 대형 기업들은 팔짱만 낀 채 관망 중이다.
재계의 밸류업 공시 참여가 저조한 이유는 기업 자율에 맡겨 강제성도 없는 데다, 금융위가 내놓은 밸류업 가이드라인의 인센티브가 매력적인 제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A대기업집단 계열사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큰 형님들도 가만있는데 우리가 먼저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재계를 설득할 중요한 카드 중 하나인 세제 인센티브도 아직은 불확실하다.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7월 세법 개정안에 실린 '가업상속 및 주주환원 세제 혜택'에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자 감세'라며 반대를 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책이 투자자들의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1월 금융위 신년 업무보고에서 ▲주주가치 제고 방안 ▲소액주주 권익 보호 방안 등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상법 개정을 시사했다. 투자자들은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제382조의 3항)' 대상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난색을 보였고 결국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총대를 멘 후 비로소 상법 개정 문제는 수면 위로 다시 올라왔다. 이후에도 공론화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기재부도 지난달 3일 발표한 '역동경제 로드맵' 중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에서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제외했다. 상법 개정이 여전히 공론화 단계라며 구체적인 발표 시점도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최근 민주당의 '코리아 부스터 프로젝트'가 공개되자 "정부·여당 중심의 밸류업 추진 열기가 식고 심지어 밸류업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도 많다"고 꼬집기도 했다.
시장에선 밸류업 프로그램이 한결같은 방향성과 추진력을 가지려면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세제 정책(기획재정부)과 상법 개정(법무부), 자본시장 정책(금융위원회)까지 주무 부처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민·관 위원들이 참여하는 '기업 밸류업 자문단'도 '자문단'이라는 이름을 넘어 위원회 형태로 격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의 벤치마킹 대상인 일본에서는 총리가 직접 나서서 힘을 실어줬다. 호리모토 요시오 일본 금융청 국장은 지난 5월 국내 초청 세미나에서 "일본 밸류업 정책의 성공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직접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 설득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전임 아베 신조 총리의 재흥전략을 승계하며 이를 한층 더 발전시켰다. 2022년 9월에는 직접 미국 증권거래소까지 날아갔다. 비록 이복현 금감원장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해외 세일즈에 나섰지만 일본 총리의 행보가 갖는 무게감에는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밸류업 정책은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재계와 바이사이드의 의견을 한데 모으고 거야(巨野) 정국에서 정책을 추진하려면 멀리 보며 키를 쥐고 가는 사령탑이 필요하다. 다행히 최근 청와대에서도 밸류업 정책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너무 늦지 않길 바랄 뿐이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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