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팀, 올림픽 역사상 첫 메달…女복싱 은감바 동메달 확보

송지훈 2024. 8. 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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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팀 소속으로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카메룬 출신 복서 신디 은감바가 복싱 여자 75kg급 4강에 올라 동메달을 확보했다. AP=연합뉴스

전 세계 1억 명의 난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결성한 난민팀이 올림픽 무대에서 사상 첫 메달을 수확했다.

주인공은 11세에 조국 카메룬을 떠나 영국에서 성장하며 복서의 꿈을 키운 신디 은감바(25)다. 그는 5일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75㎏급 8강전에서 프랑스의 다비나 미셸에게 5-0(30-27 30-27 29-28 30-27 29-28)의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고 4강에 올랐다.

올림픽 복싱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별도의 동메달 결정전을 치르지 않고 준결승에서 패한 두 선수 모두에게 동메달을 준다. 따라서 은감바는 결승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동메달을 확보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난민팀을 결성해 올림픽 무대에 참여시킨 건 지난 2016년 리우대회 부터다. 내전과 전쟁, 차별 등 다양한 이유로 조국을 떠난 사람들에게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한 조치였다. 이후 2020년 도쿄대회에 이어 이번 파리대회에서도 난민팀이 구성돼 12개 종목에 37명의 선수가 출전 중이다.

캐나다의 다비나 미셸(오른쪽)을 판정으로 제압한 뒤 환호하는 은감바. AP=연합뉴스

난민팀에 사상 첫 메달을 안긴 은감바는 11세에 카메룬을 떠나 영국에 도착됐지만, 이민 서류를 분실해 런던의 난민 수용 시설로 보내졌다. 성소수자인 그는 동성애를 법으로 금지하는 카메룬으로 소환될 가능성에 대해 두려움에 떨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복싱에 입문했다.

이후 뛰어난 재능을 보여 영국대표팀과 함께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지만, 영국 시민권이 없어 영국대표로 나설 수 없게 된 은감바는 고심 끝에 난민팀을 선택해 올림픽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동메달 확보 소식을 전하며 전 세계 난민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은감바는 동메달을 확보한 직후 “전 세계 난민들에게 열심히 노력해 스스로를 다잡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꼭 말해주고 싶다”면서 “다른 난민들은 물론, 전 세계 선수들과도 마찬가지로 나 역시 한 명의 사람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은감바는 오는 9일(한국시간) 파나마의 아테니아 바이롱을 상대로 4강전을 치러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프랑스의 다비나 미셸(왼쪽)과 치른 4강전에서 상대의 안면에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꽂아넣는 난민팀 소속 복서 신디 은감바. AP=연합뉴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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