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30년 전 정식종목 된 파리서…한국 태권도 '금빛 발차기' 시동
(파리=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2020 도쿄 올림픽 '노골드'의 아픔을 겪고 절치부심한 '종주국' 한국 태권도가 파리에서 본격적으로 금메달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일정이 오는 7일 오후 4시 남자 58㎏급 예선 경기로 시작한다. 장소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 펜싱 경기가 열린 파리의 명소 그랑 팔레다.
7일 예정된 남자 58㎏급·여자 49㎏급 경기가 끝나고 8일 오후 4시부터 남자 68㎏급·여자 57㎏급 경기가 진행된다.
이어 9일과 10일 오후 4시에 차례로 남자 80㎏급·여자 67㎏급과 남녀 최중량급인 80㎏초과급·67㎏초과급 경기가 열린다.
나흘간 8개 체급 경기가 이어지는 전 세계적인 태권도 경연에 박태준(경희대)이 우리나라의 선봉장으로 나선다.
우리나라는 박태준을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으며 '금맥'의 시작을 알려주길 기대한다.
생애 처음으로 올림픽에 나서는 박태준은 올해 2월 한국 태권도의 에이스로 꼽히는 장준(한국가스공사)을 선발전에서 격파하며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올림픽 직전인 지난 6월까지 세계태권도연맹(WT)이 집계한 올림픽 겨루기 세계랭킹은 5위다. 이 체급 선수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장준(3위) 다음으로 높다.
한국은 이 체급에서 아직 금메달이 없다. '태권도 스타' 이대훈이 2012 런던 대회에서 은메달, 김태훈과 장준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 2020 도쿄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박태준 다음으로 출격하는 선수는 김유진(울산광역시 체육회)이다.
대륙별 선발전까지 가는 우여곡절 끝에 우리나라에 주어진 마지막 파리행 티켓을 잡은 김유진은 오는 8일 여자 57㎏급에서 메달을 노린다.
이 체급은 우리나라에 금메달 3개를 안겨준 바 있다.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들어간 첫 대회인 2000 시드니 올림픽부터 정재은이 금메달을 따더니 2004 아테네, 2008 베이징 대회에 장지원과 임수정도 정상에 섰다.
하지만 그 이후로 한 명도 메달을 한국에 가져오지 못했다. 김유진이 이번에 16년 만에 이 체급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8월 9일에는 '중량급의 희망' 서건우(한국체대)가 출격한다.
서건우는 지난해 12월 열린 WT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을 차지하며 파리행 티켓을 땄다.
당시 시모네 알레시오(이탈리아),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살리흐 엘샤라바티(요르단)와 동메달리스트 세이프 에이사(이집트)를 차례로 꺾은 터라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자신감이 충만하다.
한국은 지금까지 남자 80㎏급엔 출전 선수를 파견하지 못했다.
초창기에는 국가별 올림픽 태권도 출전 종목 제한으로 상대적으로 메달 가능성이 컸던 경량급과 최중량급을 중심으로 나섰고, 최근에는 세계적인 실력 평준화로 인해 출전권 획득에 번번이 실패했다.
마지막 날인 8월 11일에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이다빈(서울특별시청)이 여자 67㎏초과급에 출전한다.
이다빈은 2019년에 벌써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을 모두 제패해 올림픽 금메달만 추가하면 4개 대회를 다 우승하는 그랜드슬램을 이루는 상황이 됐다.
첫 번째 도전이었던 도쿄 올림픽 때는 부상에 발목이 잡혀 제 실력을 내지 못했고, 어렵게 은메달을 땄다. 당시 아픔을 기억하는 이다빈은 이번에 금메달과 함께 그랜드슬램을 정조준했다.
네 선수가 하루 간격으로 출격하는 한국 태권도는 도쿄 올림픽의 아픔을 금메달로 털어내겠다는 각오로 파리에 왔다.
한국 태권도 대표팀은 2021년에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따내는 데 그쳤다.
한국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처음이었다.
대표팀이 명예 회복의 장으로 지목한 파리는 한국 태권도 역사의 전환점이 된 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1994년 9월 4일 제103차 총회를 통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태권도를 2000 시드니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염원하던 정식 종목화를 이룬 태권도는 세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고, 오늘날 전 세계가 참여하는 '올림픽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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