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난시인데도 ‘양궁 3관왕’…김우진이 쓴 역사들, 그래서 더 대단하다 [2024 파리]
김명석 2024. 8. 5. 07:03
2024 파리 올림픽 3관왕에 오른 김우진(32·청주시청)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는 안경이다. 임시현(21·한국체대) 등 다른 선수들도 안경을 쓰기는 하지만, 시합 땐 렌즈를 착용하는 것과 달리 김우진은 꼭 안경을 착용하고 경기에 임한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기에 작은 변수도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종목 특성을 고려하면 분명한 제약일 수 있다. 무더운 날씨로 인한 땀이나 비가 오는 날 등 예기치 못한 변수도 안경을 통해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김우진은 안경을 벗을 수가 없다. 심각한 난시 탓이다. 김우진은 “워낙 난시가 많이 심한 편이어서 안경을 써야지 꼭 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약적인 부분들이 많기는 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오랫동안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그래서 더욱 대단할 수밖에 없다. 4일(한국시간)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도 김우진은 슛오프 끝에 미국의 브래디 엘리슨을 꺾고 정상에 섰다. 앞서 남자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에 이은 3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심각한 난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그렇다고 이번 대회에서만 깜짝 성과를 이룬 것도 아니다. 그는 이른바 ‘GOAT(Greatest of All Time·역사상 최고의 선수)’라는 타이틀이 붙을 정도로 오랫동안 꾸준하게 실력을 이어가고 있다. 여자 대표팀의 에이스이자 역시 이번 대회 3관왕인 임시현(한국체대)이 닮고 싶은 선수로 김우진을 꼽은 것 역시 최고의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타고난 재능에 부단한 노력은 물론 ‘마음가짐’마저 남다르니, 오랫동안 최정상의 자리를 굳게 지키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번 대회 3관왕뿐만 아니라 그는 지난 2016 리우 올림픽,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더해 올림픽 통산 최다 금메달(5개) 새 역사를 썼다. 그런데도 김우진은 “오늘 메달 딴 거는 오늘까지만 즐기고, 내일부터는 이제 과거에 묻어두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야말로 남다른 마음가짐이다.
그는 “많은 선배님들을 비롯해 현역으로 있는 후배님들, 선배님들 통틀어 가장 많은 금메달을 보유하게 됐다.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고,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스스로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고, 은퇴 계획도 없다. 4년 뒤에 있을 로스앤젤레스(LA)까지 또 열심히 노력해서 나아가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꾸준함의 비결로 설명한 것 역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해서 운동하는 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우진은 “대우야 바뀌겠지만 양궁을 하는 건 바뀌지 않는다. 얼마나 메달을 딴 것들에 대해 영향받지 않고, 스스로 다시 내 원래의 이렇게 폼울 찾아서 계속 나아간다는 게 중요한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린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메달을 땄다고 젖어있지 말라, 햇빛 뜨면 마른다’는 것”이라고 했다. 역대 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이자, 파리 올림픽에서 세 차례나 시상대 제일 위에 선 리빙 레전드가 전하는 귀중한 조언이기도 했다.
파리(프랑스)=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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