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효 지났다" 순직장병 보상 안한 軍…법원 "보상해야"

김정민 2024. 8.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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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군 복무 중 사망한 군인의 순직 사실을 유족에 알리지 않은 채 사망보상금 지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사망 군인의 자녀 A씨가 “군의 사망보상금 지급불가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국군재정관리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지난 5월 28일 원고인 A씨 승소로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A씨의 부친은 1950년 육군에 입대해 복무 중이던 1956년 1월 사망했다. 육군본부는 약 40년 뒤인 1997년 7월 고인의 사망을 ‘순직’으로 재분류했다.

군은 유족에게는 이를 알리지 않았다. 유족이 순직으로 사망 분류가 바뀐 걸 알게 된 건 2021년 10월이다. 당시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는 “1954년 8월 막사 신축 작업에 동원되었다가 산이 무너지는 사고로 요추 골절 부상을 당하였고, 이후 육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며 “사망과 군 복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A씨는 약 1년 뒤인 2022년 10월 군에 사망보상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군은 “사망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5년이 지나 청구권이 소멸했다”며 보상금 지급을 거부했다. A씨 부친이 사망한 1956년 1월과 사망신고가 이뤄진 그해 11월 사이에 “유족이 사망통지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A씨는 행정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군의 사망보상금 지급불가 결정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소멸시효가 끝났다는 군의 주장은 이유 있다”면서도 “진상규명위원회 결정 전까지 원고의 권리 행사에 장애가 있었고, 이는 군의 신의성실 원칙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부친의 사망 당시 A씨는 만 3세에 불과했고, A씨의 어머니 역시 문맹으로 제대로 대처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했다.

소송 비용도 군이 부담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군은 망인이 군 복무 중 사망했음에도 이를 ‘병사’로 규정하여 유족에게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았으며, 뒤늦게 순직 결정을 하고도 원고에게 통지하지 않았다”며 “원고가 군인사망보상금은 물론 국가배상 등 어떠한 금전적 보상도 받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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