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발탄 쏘고 잔뜩 겁먹었지만…사격 양지인 金 뒷이야기
“경기 이틀 전 연습에서 오발탄이 나왔어요. 선수가 가장 힘들어했죠.”
한국 사격을 이끄는 장갑석(65) 총감독은 지난 3일(한국시간) 끝난 2024 파리올림픽 사격 25m 권총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따낸 양지인(21·한국체대 3학년)을 멀리서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틀 전 연습 도중 일어났던 사고로 가슴을 졸여야 했기 때문이다.
예선을 앞두고 훈련하던 양지인은 사격 직전 잠시 팔을 내리는 어텐션 동작에서 실수로 방아쇠를 눌렀다. 다시 팔을 직각으로 올린 뒤 격발해야 했지만, 방아쇠가 먼저 눌리면서 탄환이 발사됐다. 사격에서 아주 가끔 일어나는 격발 실수가 하필이면 올림픽 경기 직전 발생한 것이다.
다행히 오발 사고는 큰 불상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올림픽 경험이 없는 양지인에겐 크나큰 심리적 압박감을 남겼다. 혹여 경기에서도 같은 실수가 나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뇌리를 덮었다.
이때 양지인의 심리치료사로 나선 이가 장 감독이다. 사고 현장을 지켰던 장 감독은 중앙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양)지인이가 빨리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먼저 지인이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다. 정말 의도치 않은 실수로 격발이 된 것이다. 전혀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다독였다”고 했다.
양지인의 한국체대 스승이기도 한 장 감독은 이어 “다행히 지인이가 다시 총을 믿게 됐다. 그 시점이 예선 직전이다. 그 사고에서 빨리 벗어나지 못했다면 금메달도 없었을 것이다. 압박감을 이겨낸 제자가 자랑스럽다”며 환하게 웃었다.
사격 25m 권총 결선 슛오프에서 카밀 예드제예스키(22·프랑스)를 물리치고 깜짝 금메달을 차지한 양지인은 남원하늘중 1학년 때 수행평가로 사격을 처음 접했다. 그런데 이 종목이 자신과 잘 맞아 흥미를 느꼈고, 중학교 코치의 권유로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국내대회에 빠르게 성장세를 보였고,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동메달을 수확했다. 양지인은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올림픽에서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게 돼 행복하다. 그러나 여기가 끝이 아니라 이 금메달을 발판삼아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오늘이 나의 시작이라고 봐주시면 좋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슛오프의 압박감을 이겨낸 양지인은 이어 “여기 오기까지 그동안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그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여기에서 무너지면 얼마나 아쉽겠는가. 그 생각으로 임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한편 같은 날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선 윤지수(31)와 전하영(23·이상 서울특별시청), 최세빈(24·전남도청), 전은혜(27·인천중구청)가 은메달을 합작했다.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에서 42-45로 져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다. 이 종목 은메달은 처음이다. 이로써 한국 펜싱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수확했다.
대표팀은 김지연(36)의 은퇴 이후 세대교체를 진행했고, 파리올림픽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 과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던 윤학길(63)의 딸로 유명한 맏언니 윤지수는 “나보다는 후배들이 잘해줘서 딴 은메달이다. 이번 대회에서 동생들을 보며 뿌듯하고 기특한 마음이 컸다”면서 “파리올림픽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내려놓으려고 한다. 다음에는 후배들이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샤토루=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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