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이진숙, '보수화된 헌재' 믿고 버틴다
[이충재 기자]
▲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7월 31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헌재 소장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된 헌재는 윤 정부 들어 보수 우위로 역전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헌재는 진보 5 대 보수·중도 4로 구성돼 있었는데, 현재는 보수·중도 6 대 진보 3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종석 소장을 비롯해 정형식·이영진·김형두·정정미·이은애 재판관은 보수·중도로,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진보로 분류됩니다. 이종석 소장의 경우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기로 중립성에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헌재가 보수화됐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판결은 지난 5월의 검사 탄핵 기각 결정입니다. 국회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를 보복기소한 현직 검사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탄핵안을 발의했지만, 헌재의 기각 결정으로 무산됐습니다. 고위공직자 탄핵 결정에는 재판관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9명의 재판관 중 5명의 보수성향 재판관들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입니다. 앞서 대법원은 이 검사가 유씨에 대한 보복성 기소로 공소권을 남용했다며 유죄 판결을 내린 터라 헌재 결정에 의문이 쏟아졌습니다.
여권이 이진숙 탄핵 심판에 기대를 거는 것도 이런 헌재의 기류를 의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보수화된 헌재가 이진숙 위원장이 취임 3일만에 탄핵될 만큼 중대한 법 위반을 했다고 판단하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깔려 있습니다. 대통령실에서 "(헌재가 각하나 기각결정을 내리면) 야당이 탄핵을 남발하고, 방통위 업무를 마비시킨 것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사법부 보수화' 논란은 헌재뿐이 아니라 대법원에서도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임명된 노경필, 박영재 신임 대법관은 보수·중도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여기에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보류된 보수 성향의 이숙연 대법관도 곧 임명되면 대법원 지형도 보수 우위로 기울게 됩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참여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은 제외하더라도 보수·중도 10명, 진보 3명으로 재편되는 셈입니다. 이들 외에 윤 대통령이 임기 중에 대법관 4명을 추가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대법원의 보수화 색채는 더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법조계에서는 헌재와 대법원 등 사법부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점에서 보수 편중 현상에 우려를 나타냅니다. 특히 재판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는데, 인적구성이 보수로 치우치면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최근 미국에선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에 면책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었습니다. '낙태 권리 폐기' 등 보수적 판결로 연방대법원에 대한 미 국민의 지지도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습니다. 한국도 사법부의 보수화와 정치화로 윤석열 정부 들어 퇴행하는 민주주의가 더 큰 위기를 맞을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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