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허위정보에...영국 전역서 방화·약탈 '극우폭력 시위' 확산

조슬기나 2024. 8. 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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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어린이 3명이 사망한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가 무슬림 난민 신청자라는 '허위정보'로 촉발된 극우 폭력 시위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상점 약탈, 방화, 경찰 폭행은 물론 난민 수용시설로 알려진 호텔과 사원 공격까지 이어지자 키어 스타머 신임 총리는 "이는 시위가 아닌, 조직적 폭력"이라며 "폭도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선포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주말 동안 잉글랜드와 북아일랜드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 폭력 시위에 연루돼 체포된 규모는 최소 247명으로 파악된다. 이날 난민 수용시설로 알려진 잉글랜드 로더험의 한 호텔에서는 시위대의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최소 10명의 경찰이 부상을 입었다.

북동부 도시인 미들즈브러에서도 시위대가 주거지역의 주택과 자동차를 공격해 창문을 부수는 행위가 잇따랐다. 한 주민이 이유를 묻자 시위대는 "우리가 영국인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도서관, 경찰서, 이슬람사원 등이 공격받으며 방화로 불에 타거나 훼손되기도 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사태는 지난달 말 리버풀 인근 사우스포트의 어린이 댄스 교실에 침입한 범인이 흉기를 휘둘러 어린이 3명이 숨진 사건이 발화점이 됐다. 당시 범인의 신원이 이슬람계 이민자인 ‘알리 알샤카티’이며 범행 전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쳤다는 근거 없는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확산하며, 반이슬람, 반이민을 주장하는 극우파의 폭력 시위가 촉발된 것이다.

이는 모두 거짓 정보였지만 이미 촉발된 시위는 한층 확산했다. 통상 18세 미만 용의자의 신상을 자세히 밝히지 않는 영국 당국이 피의자가 영국 태생의 17세 남성 액설 루다쿠바나라는 인물이라고 공식 발표한 이후에도 시위 참가자들은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극우 성향의 유명인들이 SNS에 공유한 글들은 허위 정보로 촉발된 폭력 시위를 부추기는 기름 격이 됐다. 이번 사태의 배후로 지적받는 극우 단체 ‘영국수호리그’(EDL)의 공동설립자 토미 로빈슨은 "왜 정부는 ‘무고한 어린이’를 찌르라고 이 시리아 사람을 들여보냈는가"라며 "국경을 폐쇄하고 모든 범죄자를 추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CNN은 "이처럼 폭력적인 시위는 2011년 이래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는 집권한지 몇주 되지 않은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정부에겐 위기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로더험의 호텔 공격을 언급하면서 "이건 시위가 아니라 조직적이고 난폭한 폭력행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검찰총장 출신인 그는 "이번 소요 사태에 직접 가담했거나 온라인상에서 (폭력을) 조장한 뒤 내뺀 모든 사람이 후회하게 만들 것"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이 폭도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방침을 확인했다.

이베트 쿠퍼 내무부 장관 역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경찰을 공격하고, 지역 상점을 약탈하고, 피부색을 이유로 사람들을 공격한 훌리건, 폭력배, 극단주의 집단은 부끄러운 행동에 아무것도 변명할 수 없다"면서 "길거리의 법적 무질서와 폭력 행위에 연루된 모든 사람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수당의 리시 수낵 전 총리도 X 게시글에서 "영국의 거리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충격적인 장면은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사우스포트의 비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이것은 우리 사회에 있어선 안 될 범죄적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영국 정부는 이번 사태가 우발적인 결과가 아닌, 극우세력의 조직적 공작으로 보고 있다. 단시간 내에 이처럼 격렬한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한 배경으로는 SNS 책임이 지적된다. 인종차별에 맞서자는 캠페인을 추진 중인 호프낫헤이트의 조 멀홀 연구책임자는 CNN에 "폭동, 인종차별적 공격의 물결은 분산된 극우 네트워크에서 확인됐고 그중 다수는 X에서 활동한다"면서 X를 비롯한 SNS가 위험한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시위를 조장하는 공간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일각에서는 거짓 정보 확산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러시아의 개입과 관련해서는 증거가 약하고 통상적인 방식과 다르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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