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구 속 이글이글 '성화대 불꽃'…진짜보다 더 생생한 가짜[파리올림픽]
佛디자이너 마티외 르와네 외신 인터뷰
"기밀 때문에 풍선 등 일부만 테스트"
파리 명소로 떠오르자 "예상 못했다"
프랑스 출신 디자이너 마티외 르와네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저녁 2024 파리올림픽 개막식의 하이라이트 성화대 점화를 앞두고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는 파리 시내 중심에서 볼 수 있는 열기구 성화대를 만든 장본인이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행사인 만큼 성화대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수백, 수천번 테스트가 필요했지만, 완전히 모양을 갖춰 띄운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프랑스 여자 육상 선수 출신의 마리 조제 페레크와 현역 유도 선수인 테디 리네르의 점화로 튈르리 정원에 있던 열기구 성화대는 성공적으로 떠올랐다. 르와네 디자이너는 개막식을 마친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감격한 듯 열기구 성화대 사진과 함께 "드디어 하늘에 떴다. 정말 행복하다", "이 순간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르와네 디자이너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성화대 제작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그는 성화대에 사용된 풍선이나 불꽃 시스템 등 일부는 제대로 비행이 가능한지 테스트를 했지만, 기밀을 유지하느라 개막식 전까지 완전체로 띄울 수 없었다고 밝혔다.
성화대는 올림픽의 꽃이다. 매 올림픽이 진행될 때마다 성화대의 모습과 마지막 성화 봉송 주자는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그만큼 기밀 유지가 핵심이다. 그동안 동·하계 올림픽에서는 성화대가 주로 컵 모양을 한 형태였다. 이번 올림픽 성화대는 지름 약 20m의 거대한 열기구 형태의 성화대라 관심을 끌었다. 큰 풍선이 원형솥 모양의 성화대를 하늘로 끌어 올려 시내에서 성화대를 바라볼 수 있게 만든 형태다.
또 성화대에 실제 불을 사용하지 않은 첫 사례였다. 원형솥 모양의 성화대에는 실제 불이 아닌 40개의 LED(발광다이오드)가 불빛을 내고 있다. 주변으로 퍼지는 연기도 실제 불을 피워 내는 연기가 아니라 일종의 물안개다. 이번 올림픽이 친환경을 추구한 만큼 화석연료 대신 이 방식을 활용했다는 것이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의 설명이다.
르와네 디자이너는 "내게 가장 중요한 건 모든 사람과 함께 동시에 완성된 성화대를 보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모양의 성화대도, 날아가는 형태의 성화대도, 진짜 불을 사용하지 않은 성화대도 처음이라 많은 난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대 그리스 성화 점화에서 영감을 받아 성화대를 제작했으며 프랑스 국시(國是) '자유·평등·박애' 중 하나인 자유를 상징하는 의미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만들어진 성화대는 굵은 케이블로 지상에 연결돼 있다. 낮에는 케이블을 당겨 튈르리 정원 연못 위에 놓았다가, 저녁이 되면 케이블을 풀어 새벽 2시까지 60m 위 하늘에 띄운다. 튈르리 정원은 1783년 프랑스의 몽골피에 형제가 개발한 최초의 유인 열기구가 떠오른 장소다.
열기구 성화대는 관광지가 수없이 많은 파리에서 올림픽 관광객이 찾는 최고 명소 중 하나로 떠올랐다. 올림픽 기간 중 성화대 관람은 하루에 1만명씩 사전 예약 방식으로 일반에 무료 개방 중인데, 벌써 12만 명이 관람을 예약했다. 인터넷을 통해 배포한 무료입장권은 이틀 만에 동났다. 입장권이 없는 관광객들은 튈르리 정원 밖에서 성화대가 떠오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곤 한다.
성화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올림픽 이후에도 철거하지 않고 계속 남기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도 "성화대와 에펠탑의 오륜기 등은 우리가 간직하고 싶은 올림픽 유산의 일부"라면서 "이를 파리시에 계속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르와네 디자이너는 놀라워했다. 그는 "마치 실험을 하는 것 같다"며 "(성화대 제작에) 많은 감정과 자부심을 담고 좋은 장소를 찾고 모든 요소를 다 집어넣고 기다리지만, 이 정도로 사랑을 받게 될 것이라는 건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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