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에어컨 도시' 태백도 열받았다..."고랭지배추 전부 버릴 판"
고랭지배추단지로 유명한 태백시 농민들은 최근 ‘열 받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서늘한 이곳에도 폭염이 닥쳐 배추들이 곳곳에서 노랗게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해발고도 1200m가 넘는 강원도 태백시 매봉산 인근의 40만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고랭지 배추밭의 농민들은 8월 출하기를 앞두고 근심이 가득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정만(58)씨는 “겉으로 보면 멀쩡해 보이는 것도 지금 다 썩고 있는 상태”라며 “기후변화로 매해 출하량이 줄어 작년에는 30%에 불과했고 올해는 더 부족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랭지까지 침투한 폭염…배추 농사 포기하는 농민들
기상청은 지난 1일 태백시에 폭염주의보를 발표했다. 전날까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폭염특보가 발효되지 않았던 태백시도 한낮 기온이 33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매봉산 경작지도 고랭지의 이점이 사라지고 있다. 올해 40만평 중 30%가량이 휴경에 들어갔다고 한다.
기록적 더위에 “배추 절반 망가져”
無에어컨 도시?…에어컨 설비 기사 제일 바쁘다
고랭지배추와 함께 태백시에 닥쳐온 변화는 ‘에어컨’이다. ‘폭염 프리존’으로 알려져 에어컨이 필요 없다는 태백시에서 최근엔 에어컨 설비 업체가 가장 바쁜 직종이 되고 있다. 11년째 에어컨 설치업을 하는 이영애(51)씨는 “아침 8시부터 밤 8시까지, 주말도 없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 5~6년 전 태백에서 강한 폭염과 열대야가 나타나자 더위에 익숙하지 않은 태백 사람들이 깜짝 놀라 에어컨을 달기 시작했어요. "
이씨는 “에어컨 업체가 많지 않은 곳에서 갑자기 수요가 폭등하자 외지 업자들까지 와서 한꺼번에 에어컨을 달아놓고 갔다”며 “그런 탓에 수리 문의도 끊임없이 몰려든다”고 말했다.
5~6년 전만해도 오래된 아파트의 외부에 에어컨 실외기를 찾아보기 어렵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태백시 주민들도 “에어컨 없는 도시는 옛말”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내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장금옥(75)씨는 “태백에 30년 살았는데, 3년 전에 에어컨을 달았다. 몇 년 전만 해도 에어컨 실외기가 보이는 집이 거의 없었는데, 3년 전부터는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6월 폭염 이어 7월 열대야 신기록
40도 극한폭염 “8월 중순까지 최대 고비”
장마가 공식 종료된 8월부터는 열기가 더 강해지면서 폭염 피해도 커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일까지 폭염으로 인해 8명이 사망하는 등 1390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20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더위를 견디지 못해 폐사하기도 했다.
폭염과 습한 날씨로 인해 이번 주 전력 수요가 올여름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기상업체인 케이웨더 이재정 예보팀장은 “8월 중순까지가 폭염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백=정은혜 기자, 천권필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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