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손, 투혼의 銅 “고맙다! 내 딸”

이누리 2024. 8. 5.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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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유도 혼성 단체전이 열린 3일(현지시간) 경기가 연장전에 접어들자 가족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갔다.

여자 63㎏급 김지수(24·경북체육회)의 아버지 김덕제(74)씨와 남동생 김상훈(21)씨는 이날 티켓을 구하지 못해 경기장 근처 코리아하우스 기자회견장에서 중계화면을 통해 경기를 지켜봤다.

여자 63㎏급 김지수 역시 여자 70㎏급을 맡아 자신보다 7㎏ 이상 차이나는 상대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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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김지수 가족, 탄식… 환호
혼성 단체전 체급 낮아 졌지만
동메달 확정되자 뜨거운 눈물
“개인전 실패 극복 너무도 감사”
김지수가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혼성 단체전 16강전에 출전해 튀르키예 피단 오겔과 경기를 펼치고 있다. 파리=윤웅


2024 파리올림픽 유도 혼성 단체전이 열린 3일(현지시간) 경기가 연장전에 접어들자 가족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갔다. 여자 63㎏급 김지수(24·경북체육회)의 아버지 김덕제(74)씨와 남동생 김상훈(21)씨는 이날 티켓을 구하지 못해 경기장 근처 코리아하우스 기자회견장에서 중계화면을 통해 경기를 지켜봤다.

부자는 경기 내내 “이랏차!” 큰 기합 소리를 내며 응원전을 펼쳤다. 뒤에 앉은 기자를 향해 연신 고개를 꾸뻑이기도 했다. 시끄럽게 해서 미안하다는 뜻이었다. 김지수의 결승전 순서는 마지막이었다. 김지수가 매트 위로 들어서자 부자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실핏줄이 다 터져 눈이 빨갛게 충혈된 딸의 모습을 지켜보던 김씨는 두 손을 부여잡고 기도했다.

김지수의 아버지 김덕제(오른쪽)씨와 남동생 김상훈씨가 유도 혼성단체전 동메달이 결정된 후 환하게 웃는 모습. 이누리 기자


남녀 6개 체급이 맞붙는 혼성 단체전에서 이날 한국은 ‘체급 공백’이라는 열세를 극복해야 했다. 여자 63㎏급 김지수 역시 여자 70㎏급을 맡아 자신보다 7㎏ 이상 차이나는 상대를 마주했다. 체급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김지수가 패하자 부자는 이마를 치며 크게 아쉬워했다.

하지만 마지막 기회가 남아 있었다. 골든스코어 경기에서 남자 73㎏급에 나선 안바울이 5분 25초의 혈투 끝에 반칙승을 거뒀다. 동메달을 확정하는 순간, 동생 김씨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화면에 비친 누나의 모습을 연신 휴대전화에 담았다.

김지수의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이다. 직전 2020 도쿄올림픽 때는 16강에서 탈락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어머니 이수경(52)씨는 “지수가 메달에 욕심이 많았다”며 “개인전에선 아쉽게 메달을 놓쳤지만 이번엔 다른 선수들과 하나가 되어서 메달을 따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재일교포 여자 유도 국가대표 1호 김지수는 그간 손목 부상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직전 올림픽 때도 손목을 다친 채 출전해 고배를 마신 뒤, 재활 도중 부상이 반복되면서 수술만 3차례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도 손목에 철심이 박힌 채로 경기를 소화했다.

아프다고 ‘꿈의 무대’인 올림픽을 포기할 순 없었다. 김지수는 재활을 마치자마자 1년 만에 국제 대회 랭킹 포인트를 쓸어 담으며 어렵사리 올림픽 출전권을 얻었다. 그만큼 메달이 간절했다.

막내를 돌보느라 현장에 함께하지 못한 이씨는 “개인전을 마치고 우는 모습을 봤을 때 마음이 아팠는데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더 안타까웠다”며 “관절이나 인대가 성한 곳이 없어 다치지 않고 하라고 했는데 많이 참는 편이다. 3남매 중 맏이답게 책임감이 강하다”고 말했다.

파리=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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