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난시에도 金싹쓸이…김우진 "이제 GOAT 타이틀 얻은 듯"
"이제는 조금은 GOAT(Greatest Of All Time, 역대 최고 선수)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
세계 최강의 궁사로 자리매김한 김우진(32·청주시청)은 활짝 웃었다.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과 3관왕, 그리고 다섯 개의 금메달이 이를 증명했다.
김우진은 4일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브래디 엘리슨(미국)을 6-5(27-29, 28-24, 27-29, 29-27, 30-30, 10-10)로 이겼다. 두 선수는 세트 스코어 5-5로 맞섰고, 마지막 한 발의 슛오프도 10점 동점으로 맞섰다. 그러나 김우진이 과녁 정중앙에 좀 더 가깝게 쏴 승리했다. 김우진은 "치열한 경기에서 이겨 기쁘다. 4강에서 이긴 이우석이 동메달을 따고, 저도 미안하지 않게 이겨서 좋다"고 말했다.
마지막 과녁을 확인하러 가기 전 김우진은 승리를 예감했다. 그는 "내 화살은 10점 안에 박혔고, 엘리슨의 화살은 9점과 10점 라인에 걸친 걸 스코프를 통해 봤다. 감독님과 그래서 포옹을 했다"고 말했다. 큰절을 한 김우진은 "한국에서 응원하러 오신 분들, 교민 분들이 열성적인 응원을 해주셔서 메달 따는 데 힘이 돼서 절을 했다"고 말했다.
김우진은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안경을 착용한다. 시력이 0.3~0.4 정도이고, 난시도 있다. 어떨 때는 과녁이 여러 개로 보일 때도 있다. 그는 "원체 난시가 심하다. 안경을 써야 양궁을 할 수 있다. 그래도 이번엔 괜찮았다. 파리 날씨가 더워서 그렇지, 좋아서 괜찮았다"고 했다. 그는 신체적 불리함을 고도의 집중력으로 이겨냈다. 이번 대회에서도 슛오프를 이기면서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결승전에서 한 번도 지지 않은 불패 기록을 이어갔다.
김우진은 2016 리우·2020 도쿄·2024 파리 올림픽 단체전 3연패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선 혼성전과 개인전까지 금메달 3개를 따냈다. 올림픽 역사상 양궁에서 금메달 5개를 따낸 선수는 최초다. 뿐만 아니라 김수녕(양궁)·진종오(사격)·전이경(쇼트트랙)을 제치고 한국 올림픽 사상 최다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뿌듯한 표정의 김우진은 "이제는 고트라는 단어를 얻은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많은 선배, 현역으로 있는 제 후배들 등을 다 통틀어서 가장 많은 메달을 보유하게 됐다.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것 자체가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다. 김우진은 올해 예천 월드컵을 마친 뒤 경기장을 찾은 아들 주원(2)군을 바라보며 "아직은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힘이 닿는 데까지 열심해서 알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우진은 "나는 앞으로 더 나아가고 싶다. 은퇴 계획도 없다. 4년 뒤에 있을 2028 LA 올림픽까지 또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오늘 메달은 오늘까지만 즐기겠다. 내일부터는 다 과거로 묻어두겠다.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언제까지 할지, 몇 개를 더 딸 지에 대한 생각은 없다. 한계를 두고 싶지 않다"고 했다.
김우진은 동료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양궁협회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개인전 메달은 나 혼자 딴 게 아니다. 우리 감독님, 코치님, (대한양궁협회) 임원분들, 선수들 모두가 하나가 돼 다 쏟아보자고 하고 (파리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 선수들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 그래서 우리는 안주하면 안 된다. 개척자는 앞에서 길을 만들어야 한다. 우린 계속 남들이 따라오는 길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파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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