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석으로 뭘했나”… 野일각 “민생·정쟁 분리 대응” 목소리

김판,송경모,이동환 2024. 8. 5.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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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추진한 '채상병 특검법'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 후 재표결에서 부결돼 폐기된 것을 계기로 민주당 안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청원을 근거로 청문회까지 열어 여론전을 폈지만 결국 폐기되는 일이 반복되자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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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특검법 부결에 자성론 나와
번번이 거부권 벽에 재발의 고심 깊어
두 달째 대치… 지혜로운 접근 요구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최현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추진한 ‘채상병 특검법’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 후 재표결에서 부결돼 폐기된 것을 계기로 민주당 안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청원을 근거로 청문회까지 열어 여론전을 폈지만 결국 폐기되는 일이 반복되자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대로라면 ‘국회가 맨날 뭘 하긴 하는데 관철되는 건 없다’는 불만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우리는 열심히 싸우고 있다’는 해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지금 당장 지지자들에게 박수받으면 뭐하나”라며 “결국은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간 민주당 안에서는 공격적인 상임위원회 운영 등을 두고 야권 지지층이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실제 지지층 반응도 좋았다. 정부 인사 등을 앉혀 놓고 호통치는 ‘쇼츠’ 영상은 조회수가 폭발했다. 그러나 두 달째 같은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피로감을 호소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채상병 특검법이다. 최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재의결에 필요한 200석을 확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면 강행 처리가 아닌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고 한다.

한 중진 의원은 “여당도 합의할 수 있는 고리를 찾아 어떻게든 특검을 가동하는 게 중요하다”며 “대통령실의 개입을 밝혀내는 게 핵심인데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의원도 “이제는 200명이 동의하는 안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기류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도 채상병 특검법 재발의를 두고 고심이 깊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부결 직후 ‘더 강한 특검법’을 예고했지만 실제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언급한 ‘제3자 추천 특검’을 비롯해 여당과 협상 가능한 다양한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생 문제는 정쟁과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상임위의 경우 정쟁에 밀려 법안 심사를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정부·여당이 작정하고 싸우자고 달려드는 상황에서 도망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이 싸움이 다른 민생 문제에 영향을 미쳐서는 곤란하다. 민생 문제를 분리해 대응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당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경책에 집중한 결과 성과는커녕 중도층의 외면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과거에는 당이 ‘막말’로 무너졌다면 지금은 ‘오만함’으로 무너진다는 위기감이 든다”며 “‘170석이나 줬는데 뭘 했냐’는 비난을 듣지 않으려 더 강하게 나가는 것 같은데 이러다가 중도층의 눈살만 찌푸리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판 송경모 이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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