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위험한 ‘부동산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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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에 대한 정권의 자신감은 이후의 정책 실패와 대조를 이루며 자주 소환된다.
2017년 문재인정권 출범 첫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8·2 대책을 내놓은 후 "이번 대책의 핵심은 집을 많이 가진 사람이 불편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아주 고의적이고 악의적"이라고 한 뒤 "집값을 올려서 운이 좋아 집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가르고, 집 없는 사람은 민주당을 찍게 하려고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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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에 대한 정권의 자신감은 이후의 정책 실패와 대조를 이루며 자주 소환된다. 2017년 문재인정권 출범 첫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8·2 대책을 내놓은 후 “이번 대책의 핵심은 집을 많이 가진 사람이 불편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김수현 시민사회수석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는 이듬해 4월을 염두에 두고 “내년 봄 이사철까지는 팔 기회를 드리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점은 2019년 11월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던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노무현정권도 출범 초기 부동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노 전 대통령은 “‘강남불패’라 하는데 이 문제는 대통령도 불패로 간다” “어떤 정책적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최우선 과제로 대통령이 직접 (부동산 문제를) 챙기겠다”고 했었다. 정권 초기 의욕이 지나쳐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자기 확신이 강했거나 구두 개입을 통해 시장을 진정시키려는 의도였겠지만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 정부를 믿고 기다린 이들은 ‘벼락 거지’라는 자조를 삼켜야 했다.
결국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후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자신감을 거둬들였다. 노 전 대통령이 2006년 12월 “정책에 시행착오가 있었다는 걸 인정한다면 제일 큰 게 부동산”이라고 했고, 문 전 대통령도 2021년 5월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부분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그런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아주 고의적이고 악의적”이라고 한 뒤 “집값을 올려서 운이 좋아 집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가르고, 집 없는 사람은 민주당을 찍게 하려고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리한 비판이었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높은 원성에 묻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총선 선거일 이틀 앞두고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전 국민이 고통을 경험했다며 전 정권의 실정을 다시 환기시키기도 했다.
그로부터 4개월 가까이 흐른 지금 이번엔 현 정권이 부동산 문제 시험대에 올랐다. 윤 대통령의 앞선 발언이 있기 직전인 3월 넷째주부터 오르기 시작한 서울 아파트 가격은 7월 말까지 19주 연속 상승했다. 전셋값도 63주 연속 오름세다. 그 사이 집값 상승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주무 부처 장관의 진단은 달랐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집값이) 추세적으로 상승 전환하는 것은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집값 상승은 일시적 잔등락으로 규정했다. 일주일 뒤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선 서울과 수도권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도 일축했다. 하지만 상승세가 멈추지 않자 윤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 수요를 엄단하라”고 지시했고, 대통령실은 집값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며 부동산 종합대책을 예고했다.
박 장관 말대로 추세적 상승이 아닐 수도 있지만 과거 경험에 비춰 부동산 정책의 주무 장관이 시장을 너무 쉽게 확신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박 장관이 ‘잔등락 발언’을 한 날 열린 7월 금융통화위원회회의에서 집값에 대한 우려가 줄을 이은 것과 대조된다. 금통위원들은 “서울 중심의 아파트 가격 상승이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서울 등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이 전체 주택 가격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전 수석은 지난해 낸 책에서 “윤석열정부 행태로 보면 머지않아 집값이 회복되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기 시작하면 똑같은 혹은 더 나쁜 형태로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문재인정부의 좌절에서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가 관여한 부동산 정책들처럼 예측이 빗나가길 바란다.
김현길 경제부 차장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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