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절반 “정치성향 다르면 연애도 않는다” 만든 우리 정치
‘보수·진보 갈등 심각’…강성 팬덤 정치의 결과
국민 3분의 2 “불공정 사회”, 정부도 각성해야
보건사회연구원이 어제 발표한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 보고서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불공정에 대한 불만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보여준다. 면접조사(지난해 6~8월)에 참여한 전국 성인 남녀 3950명이 매긴 한국의 갈등 정도는 4점 만점에 2.93점이었다. 2018년의 2.88점보다 한층 심해졌다. 국민 대부분이 갈등에 시달린다고 느끼고 있는 셈이다.
가장 심각한 분야는 예상대로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었다. 무려 92.3%가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2018년보다 5%포인트나 늘었다. 어느 나라든 이념 또는 진영 간 불화가 사회의 가장 큰 갈등 요인이긴 하다. 하지만 우리는 도저히 화합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오죽하면 절반 이상(58.2%)이 정치성향이 다르면 연애나 결혼을 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을까. 국민 셋 중 한 명은 다른 진영 사람과는 술자리도 함께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말도 섞지 않는 데다 피까지 더 섞이지 않다 보면 나라는 장차 두 쪽이 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분열상은 정치가 부채질한 측면이 크다. 그간 선거에서 득표율은 큰 차이가 없는데 간신히 이긴 쪽이 모든 권력을 독점하는 결과가 되풀이됐다. 전부 아니면 전무를 반복해 경험하다 보니 결국 서로 자신의 진영만 다독이며 다음에는 우리가 권력을 잡아 상대를 무찌르자는 복수의 인식만 강해져 온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서로 상대 탓만 하는 게 익숙해져 버린 사회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강성 팬덤에만 의지하는 정치가 나라를 둘로 쪼개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조사에서 분야별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 국회(입법부)가 압도적 꼴찌를 차지했다. 74.1%가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아울러 응답자의 3분의 2(65.1%)는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과 행정 시스템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다. 불공정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기득권의 부정부패(38.8%)가 꼽혔다. 지난 정부의 불공정에 반발해 공정과 상식을 앞세워 출범한 윤석열 정부로서는 매우 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이 체감하는 공정성은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요직을 검찰 출신들로 채우고 마음에 안드는 당 대표나 당권주자는 쫓아내는 인사 행태가 이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젊은 군인이나 축제에 나선 시민들이 죽거나 다쳐도 책임지는 고위 공직자 역시 보이지 않았으니 이 같은 민심이 나타나게 된 게 아닐까. 누누이 지적해 온 모순과 문제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일 뿐이다.
어느 사회든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적절히 관리되지 않으면 폭발하고 만다. 관리와 치유의 역할을 맡아야 할 책임은 정부와 정치에 있다. 그런데 우리는 반대로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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